“호성이가 목사됐다고? 깡패·양아치가 목사를?”

국민일보

“호성이가 목사됐다고? 깡패·양아치가 목사를?”

안호성 목사의 사자처럼 담대하라 <2>

입력 2019-09-0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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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KBS ‘TV는 사랑을 싣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홍경민(왼쪽)과 안호성 울산온양순복음교회 목사. KBS 화면 캡처

천성이 좋아서 그런지 주변엔 언제나 후배들로 북적거렸다. 그중 홍경민은 가수를 꿈꾸던 친구였다. 약간 어두운 면이 있었던 그 친구는 리더 기질이 있던 나를 유난히 따랐다. “호성 선배, 저를 동생으로 삼아주십시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어, 그래? 좋아. 이제부턴 내가 경민이의 친형이 되는 거다.” “네, 형님.”

심지어 나를 따르던 후배들이 ‘호성스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모일 정도였다. 나의 긍정적 에너지, 활달한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다. 훗날 스타가 된 홍경민은 ‘TV는 사랑을 싣고’에 출연해 나를 찾아왔다.

그러나 이때부터 더욱 주님을 떠나서 방황했다. 모태신앙인으로 목회자 아들이었지만 형식적인 예배 생활마저도 등한시했다. 정말 술독에 빠져 살았다. 대학생활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그때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놀란다. “안호성이가 목사가 됐다고?” “요즘은 깡패 양아치도 목사를 하나.”

같이 입학했던 동기들이 1학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1996년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청주우체국에서 공익근무를 했다. IMF 구제금융 사건이 터지기 전이다.

99년 제대하고 복학한 뒤 영국 어학연수 길에 올랐다. 없는 형편이었지만 돈 한 푼 없이 일본 어학연수를 마친 누나가 큰 도전을 줬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비행기 표를 겨우 마련했다.

유학 가기 전날까지 나를 따르던 후배들과 밤새도록 놀고 마셨다. ‘아, 영국 가는 날이지.’ 아침에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부랴부랴 김포공항에 갔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찾아도 여권이 없었다. 입학 시기까지 딱 맞췄는데, 어이없게 날짜가 늦춰졌다. 그렇게 3개월 후 영국으로 향했다.

영국은 모든 게 낯설었다. 특히 재정적으론 아주 힘들었다. 작은교회 목회자인 부친이 용돈을 보내준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방값이 생활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 영국에서는 한 달 치 월세를 선불로 주고 방을 얻어야 했다. 방값을 아끼기 위해 러시아 학생들과 방을 같이 쓰기도 했다.

생활이 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았다. 한번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하숙집 방을 쓰고 있었다.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대다수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식당이나 카페 앞 카운터에 가면 기둥에 못이 박혀 있었는데, 거기에 일자리를 찾는 학생들의 연락처와 이름이 적힌 쪽지가 수북하게 붙어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 내내 일자리를 구하다가 주일이 됐다. 예배를 드리러 뉴몰든한인감리교회에 갔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느라 교회에 오지 않았다. 예배를 잘 드리고 돌아와 방에 누웠는데 앞이 막막했다. ‘아, 이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러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건가.’ 똑똑똑,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호성 학생 있어요?”

주인집 아주머니였다. 사실은 자기가 앞 건물에서 청소 일자리를 구했는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일을 못 하게 됐단다. 그래서 나보고 그 일을 대신할 수 없겠냐는 것이었다.

예배를 드리고 와서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도 저절로 일자리가 생겼다. 다른 친구들이 돌아왔는데 다들 낙심한 표정이 역력했다. “일자리 구했냐.” “아니, 못 구했어.” “난 구했는데.” “정말? 어떻게?” 그렇게 예배 중심의 삶을 사니 하나님은 정말 내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나는 이것을 그리스도인의 예배 본능이라 말하고 싶다.

머레이라는 곤충학자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아프리카 흰개미집 주변에 도랑을 파고 물을 채웠다. 그리고 작은 막대기 하나를 다리처럼 걸쳐 놓았다. 개미는 이 다리를 건너야 집 밖으로, 집 안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집 안에 있던 개미는 다리 건너기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 밖에 있던 개미들은 그 위험한 다리를 건너 한 마리도 빠짐없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들의 강한 귀소본능이 위험을 이기고 모험을 감행케 했다는 것이다.

상황과 형편 때문에 예배드리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다. 예배 자리에 꼭 나가야 한다는 영적 귀소본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도 예배를 드려야 한다. 그때 하나님은 우릴 위해 일하신다.

안호성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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