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플레 공포까지 겹친 경제… 정책 실패 탓이 크다

국민일보

[사설] 디플레 공포까지 겹친 경제… 정책 실패 탓이 크다

입력 2019-09-04 04:03
디플레이션(deflation)은 물가가 지속해서 떨어지는 경제 현상을 일컫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물가가 싼 것이 좋다. 하지만 전반적 물가가 장기간 떨어지면 그 결과는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파괴적이다. 1920~30년대 대공황,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등의 역사적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부터 7개월간 0%대를 지속해 이미 ‘준(準) 디플레이션’ 상태라는 얘기가 나왔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하락, 무상복지 확대 등 정부 정책, 농축수산물 가격 급락세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마이너스 물가가 수요 측면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기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 투자와 소비 등 내수의 가파른 하락세를 보면 경기 침체에 따른 총수요 부족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맞는다. 지난해 이례적 폭염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9, 10월에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여기다 전 분기 대비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도는 등 예상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디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본격화할 수 있다.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가계가 현재 소비를 미래로 연기할 유인이 높아지게 되며, 기업은 수익 감소 우려에 신규투자 및 생산 축소로 대응하게 된다. 이는 고용 감소 및 임금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며 결국은 가계의 소비 여력이 소진되면서 물가 하방압력이 다시 커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게 된다.

이러한 디플레이션 악순환(deflation spiral)에 빠지면 일본의 사례가 보여주듯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다. 우선, 경기 침체를 완화하는데 모든 정책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는 기본이다.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최저임금 인상, 경직적 근로시간제 등 기업의 비용 상승을 부른 정책 실패를 바로잡는 일이다.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를 줄이는 이런 극약 처방을 했다. 디플레이션까지 오게 된 상황에 정부 책임이 절대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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