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민 중인 문 대통령, 국민들이 바라는 결정 내리길

국민일보

[사설] 고민 중인 문 대통령, 국민들이 바라는 결정 내리길

정치공학보다 여론조사 결과와 검찰수사를 판단 자료로 삼아야…조국 아니면 검찰개혁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입력 2019-09-09 04:01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이 크겠다.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여부를 놓고 숙고를 거듭했을 것이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국민들의 실망과 반대 여론 부담이 클 것이고,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의 경우 정국 주도권을 잃을 우려가 있다. 어느 경우든 쉽지 않은 결정임을 국민들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정도를 걷기를 권고한다. 우선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여론부터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리서치-KBS 여론조사의 경우 절반 가까운 49%가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고 59%가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다. 의혹이 나올 만큼 나왔고 토론도 충분히 이뤄진 이후의 여론조사다.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총동원돼 조 후보자를 방어한 이후에 나타난 추세다. 걸러질 것이 걸러진 뒤에 나타난 국민들의 뜻으로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거나 조 후보자가 사퇴한다면 이는 국민들의 뜻에 따르는 것이 된다. 검찰 수사 내용도 판단 자료로 삼을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혐의가 무엇인지 대통령으로서 파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조 후보자 부인 기소 등을 포함해 검찰의 수사 추이는 조 후보자를 임명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부인이 검찰에 기소됐는데 남편이 검찰 인사권자가 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하기 바란다.

문 대통령이 반드시 이루고 싶어하는 검찰 개혁을 위해서도 조 후보자 임명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가 검찰 개혁의 상징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각종 의혹과 검찰 수사로 반대 여론이 높은 지금은 더 이상 적임자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조 후보자를 낙마시키고 다른 인사를 내세워 검찰 개혁을 추진할 경우 상당수 중도성향 국민들이 성원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 우호세력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마저 조 후보자가 검찰 개혁 동력을 얻기 어렵고 조 후보자만 검찰 개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이 결정을 앞두고 청와대 참모나 민주당의 의견도 듣겠지만 가려 듣기를 바란다. 이번 파동에서 민주당과 청와대 대부분의 인사들은 이번에 밀리면 계속 밀릴 것이란 정치공학적 계산에 빠져 공정성이나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당파성만 보여줬다. 문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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