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돕는 배필로서의 동물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돕는 배필로서의 동물

입력 2019-09-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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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우리를 짓고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않다’(창 2:18)고 말했다. 돕는 배필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후엔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새를 지어 우리 앞에 데려다 두셨다. 이들 중 딱 맞는, 돕는 배필은 없었지만, 어쨌든 우리 배필로 만들어 준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동물도 우리를 돕는 배필임이 틀림없다. 주께서 ‘참 좋다’고 한 순간을 생각하면 동물과 온전히 돕는 관계에 있어야 우리도 온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만약 아담이 지구상 생물과 조금만 더 정성스럽게 만났다면 어땠을까. 에덴에서의 삶은 물론 오늘의 삶이 다르지 않았을까.

지금은 어떤가. 진심으로 생물을 대하고 있나.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것은 물론 머무는 곳에서 만나는 생물을 마음과 정성을 다해 대하고 있는가. 그렇게 해왔다면 우리의 식의주 문화는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고통 중에 사라져가는 생물의 신음이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를 향해 들려오고 있다. 주께 순종함으로 홍수 심판의 한 가운데서 수많은 생물 종을 지켜낸 노아같이 우리도 ‘모든 생명이 골고루 풍성한 삶’(요 10:10)을 살 수 있을까.

정확한 숫자로 말하긴 어렵지만, 인간으로 인해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엄청나다. 육식에 대한 욕망으로 희생되는 가축부터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실험동물, 인간의 여가를 위해 죽임당하는 동물, 난개발로 생명을 잇지 못하는 동물까지 모두 합한다면 그 숫자나 그들의 고통은 가늠키 어렵다.

문제는 동물의 고통이 언제 우리 인간의 고통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물론 광우병이나 사스(SARS) 등 신종 인수(人獸) 공통질병과 식량 위기 및 기아 문제, 기후 위기와 종의 멸종 등의 상황을 보라. 우리의 생존도 위태로운 실정이다. 서식지 파괴로 인해 야생동물은 수십 년 내에 절반이 멸종할 것이라고 한다. 코스타리카의 황금두꺼비는 1980년대 후반 기후 위기로 멸종한 첫 사례다. 호주의 산호초 섬인 브램블 케이에 살던 멜로미스는 기후 위기로 멸종한 첫 포유류다.

극지방 동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남극의 황제펭귄은 현재 60만 마리가 있지만 2100년이면 최소 40%에서 최대 99%까지 준다고 한다. 북극곰은 먹이가 부족해 동종 포식까지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들의 멸종을 막으려면 지금이라도 뭔가 해야 한다.

교부 성 프란체스코는 일찍이 자연을 사랑해 그 안에서 하나님을 느끼고 찬미했다. 동물을 사랑해 이들에게 설교도 했다. 그가 ‘태양의 노래’에서 피조물과 사람을 창조주인 하나님 안에서 같은 형제자매라고 칭했듯 우리도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면 어떨까. 동물에 대한 시선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동물은 우리와 함께 창조된 피조물이다. 성서에서도 결코 동물을 무시하지 않는다. 동물도 구원의 대상이자 언약의 약속 위에 있다고 말한다. 니느웨를 불쌍히 여긴 건 사람뿐 아니라 가축이 많기 때문이었다.(욘 4:11) 또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노릇한 데서 해방돼 하나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기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는다’(롬 8:18~22)는 말씀도 있다.

우리는 지금 9월 1일로 시작된 창조 절기를 살고 있다. 창조주 하나님 안에 머물며 하루 한 가지 이상의 생물을 만나되, 다음 달 4일 ‘세계 동물의 날’이 오기 전까지 한 번쯤 신음하는 동물을 위한 기도의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로 인해 고통받고 죽어갔거나 버려진 동물, 개발과 기후 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고 죽어가는 야생동물을 위해 기도한다면, 동물과 함께 사는 길을 어렴풋하게나마 감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동물과 인간 사이 평화가 회복될 그 날을 기다리며 기도한다.

“주님, 고통받는 동물을 위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수많은 동물이 덜 고통스러울 수 있게 도우소서. 버려지는 동물이 없게 하시고, 우리들의 무분별한 소비와 개발, 기후 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야생동물을 불쌍히 여기셔서 안식과 평안을 허락하소서. 아멘.”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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