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생물, 상품 아닌 생명으로 여겨야”

국민일보

“해양 생물, 상품 아닌 생명으로 여겨야”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펴낸 황선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장

입력 2019-09-09 20:25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을 펴낸 황선도 박사. 그가 관장으로 있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해양생물 전문 박물관) 벽면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지구 생물의 80%는 바다에 산다. 우리는 (이들 중에서) 오직 1%만 알고 있다.” 동아시아 제공

한가위가 다가오고 있으니 명절상 단골손님인 조기 이야기부터 해보자. 조기는 왜 조기일까. 조기는 한자로는 물고기 중 으뜸가는 생선이라는 ‘종어(宗魚)’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종어를 급하게 발음하다가 종어가 조기가 됐다는 것. 아울러 옛사람들은 사람의 기(氣)에 도움이 되는 생선이라는 뜻에서 ‘조기(助氣)’라 쓰기도 했다. 이 물고기는 산란철이 되면 부레를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소리를 내는데, 저 멀리 바다에서 조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면 구애 중인 조기를 상상해볼 수도 있겠다.

최근 출간된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동아시아)에는 이렇듯 희한하고 재미있는 바다 생태계 이야기가 한가득 실려 있다. 저자는 ‘물고기 박사’로 명성이 자자한, 충남 서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장인 황선도(56) 박사.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황 박사는 “나는 ‘물고기 대변인’ ‘물고기 아빠’를 자처하는 사람”이라며 “책에는 물고기의 관점에서 인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사람들은 해양 생물이 고통을 모른다고, 생각도 없다고 여겨요. 하지만 아니에요. 그들도 생명체예요. 상품이 아닌, 생명으로 여겨야 해요. 물고기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지만 행간을 읽는 독자라면 바로 이런 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책은 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현대판 자산어보’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반도 바다에 보금자리를 만든 물고기 이야기가 간단없이 이어지는데, 특히 인상적인 건 저자의 필력이다. 자칫하면 지겨울 수 있는 내용이건만 저자의 구성진 화술 덕분에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읽을 듯하다.

정보량도 상당하다. 예컨대 고등어를 다룬 챕터라면 고등어의 수영 실력, 생태, 영양가, 편견과 오해, 어획량 등이 다뤄진다. 책 제목에 ‘물고기 올림’이라고 적혀 있지만 물고기만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징어 문어 꽃게 낙지 새우 등에 관한 내용도 비중 있게 담겨 있다.

카페에서 마주한 황 박사는 그야말로 달변이었다. 필력을 치켜세웠더니 “과거에 글을 써서 친구한테 보여줬더니 논문처럼 썼다면서 집어던지더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꾸준히 글솜씨를 가다듬은 덕분에 이 정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책을 쓰는 유일무이한 학자 같다는 말엔 “실제로 그럴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는 무엇일까. 그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을 것”이라는 말로 답변을 갈음했다.

‘친애하는 인간에게…’는 단기간에 높은 판매고를 올리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황 박사는 독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지 묻자 “독자보다는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다의 난개발 문제와 해양 먹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담는 방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물고기의 서식처를 바꾸고, 나아가 현대인의 문화까지도 개선할 수 있는 내용이 될 겁니다. 잘 만든다면 엄청난 인기를 끌 수도 있을 거예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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