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남도영] ‘조국 대전’이 갈라놓은 사회

국민일보

[돋을새김-남도영] ‘조국 대전’이 갈라놓은 사회

입력 2019-09-10 04:04

한 달간의 ‘조국 대전’이 임명으로 결론 내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질서 있는 후퇴’ 대신 ‘중단 없는 전진’을 선택했다. “우리가 어떻게 ‘조국’을 버릴 수 있겠는가”라는 여권 인사들의 말은 현실화됐다. 과거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수순은 ①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 ②여론 악화 ③야당의 반발 ④여권 내부의 부정 기류 확산 ⑤고심 끝 지명 철회였다.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의혹 제기와 여론 악화, 야당의 반발은 과거와 같은 흐름이었다.

그런데 여권은 물러서는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먼저 의혹 제기와 여론 악화를 언론과 검찰의 탓으로 돌렸다. 언론이 비정상적으로 조국 후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쏟아냈으며,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 하에 비정상적인 수사를 강행했다는 논리였다.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기레기 언론’과 ‘정치 검찰’의 합작품이며 대부분의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지자들도 조국 대전에 참여했다. 갑자기 문재인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은 조국을 지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조금이라도 쓴소리를 하려는 여권 인사들의 움직임은 봉쇄됐고, 포털에서는 ‘검색어 순위 경쟁’이 계속됐다. 여권 내부의 부정 기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노무현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의 분열은 반면교사로 작용했다. 여권의 시도는 일정 부분 성공했다. 조국 후보자에게 쏟아졌던 비난과 비판의 일부는 언론과 검찰로 방향을 돌렸고, 여권 내부의 쓴소리도 한두 차례 나오다 말았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9일 고심 끝에 조국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했다.

여권은 조국을 지켜낸 것일까.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은 시작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조국 대전’이 남긴 가장 큰 상처는 굳이 나누지 않아도 될 편을 억지로 나눴다는 점이다. 문재인정부를 지지하지만 조국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고, 문재인정부를 지지하지 않지만 조국을 지지할 수도 있다. 검찰 개혁에는 찬성하지만 경찰에게 수사권을 주는 것에는 난색을 표하는 사람도 많다. 공수처 도입에 대한 의견도 다르다. 여권의 ‘조국 대전 프레임’은 이러한 다양성을 축소시켰다. 조국을 구하려다 보니 과도하게 편을 갈랐고, 2년 동안 적폐 수사에 주력했던 검찰을 정치행위를 일삼는 ‘적폐’로 만들었다. 적폐를 수사하다가 적폐가 된 검찰 수뇌부는 한 달 반 전에 조국 민정수석의 검증작업을 통해 임명된 사람들이다.

문 대통령은 9일 조국 장관 임명식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려면 검찰 수사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언론이 여러 의혹을 제기하고 일부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위법행위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검찰의 영역이자 법원의 영역이다. 여권은 이미 검찰의 조국 수사를 ‘정치적인 행위’로 규정했다. 검찰이 위법행위라는 결론을 내리더라도 그 결론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 조국을 임명함으로써 여권의 퇴로도 없어졌고, 야당도 퇴로가 없어졌다. 수사를 시작한 검찰도 ‘닥치고 공격’ 외에는 방법이 없다. 모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검찰 개혁의 소명을 짊어지고 업무를 시작한 조국 장관이 어떤 장관이 될지 모르겠다. 검찰 출신이 아닌 진보적 교수 출신의 법무부 장관,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을 받고 있는 법무부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을 것이다. 반면 검찰 수사를 받는 법무부 장관, 야당의 표적이 된 법무부 장관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많다. 그것은 조국 장관이 견뎌야 할 무게일 것이다. 다만 조국이라는 개인에게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조국을 검찰 개혁과 동일시하는 오류는 사라져야 한다. 조국만이 검찰 개혁을 할 수 있고, 조국이 아니면 검찰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는 과하다.

남도영 디지털뉴스센터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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