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형규 목사, 본회퍼처럼 행동으로 실천한 세속적 성자”

국민일보

“고 박형규 목사, 본회퍼처럼 행동으로 실천한 세속적 성자”

3주기 학술 심포지엄… 민주화 운동·신학 재조명

입력 2019-09-1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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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목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인 김상근 목사가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정기총회 사회를 보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자 실천하는 신앙인으로 불린 수주(水州) 박형규(1923~2016·사진) 목사의 3주기 학술 심포지엄이 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정희 유신체제와 전두환 5공화국 독재에 맞서 싸운 박 목사를 나치 독일의 폭정에 맞선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에 견줬다.


서중석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박형규 본회퍼 그리고 유신체제’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섰다. 서 교수는 1973년 4월 2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남산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최초로 대중적인 유신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음을 언급하며 박 목사가 74년 저술한 회고록 ‘해방의 길목에서’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박 목사는 스스로 이렇게 묻고 답했다.

“본회퍼나 니묄러가 살아 있어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태를 바라본다면 무어라고 할까. 유신체제 역시 ‘미친 자동차’로 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한국의 교회는,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날 독일의 고백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이 역사적 상황을 심각한 ‘신앙고백’의 차원에서 맞이하고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자 한국민중신학회 회장인 최형묵 목사가 ‘박형규 목사의 삶과 신학’을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최 목사는 “2010년 출간한 ‘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는 박 목사님의 책 제목처럼 한국 민주화운동의 실질적 구심이자 상징인 그분의 삶과 신학은 정말로 길 위에 있었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73년 남산 부활절 연합예배 사건 때부터 87년 6월 민주화운동 때까지 모두 여섯 차례 감옥에 갇혔다. 정권의 사주를 받은 폭력배들이 교회를 빼앗아 길에서 예배를 드린 적도 있다. 목숨이 위태로운 고난 속에서도 그는 ‘춤추는 목사’ ‘풍류를 아는 화랑의 후예’ ‘물같이 자유로운 낭만적 휴머니스트’ 등으로 불렸다. 최 목사는 이런 박 목사를 ‘하나님 나라를 사는 자유인’이었다고 평했다.

채희완 민족미학연구소장은 박 목사의 민속극 부흥운동을 조명했고, 오용식 전북 무주지역 자활센터장이 그의 빈민운동을 소개했다. 서광선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명예교수는 “62년 미국 뉴욕 유니언신학교에서 유학 중이던 박 목사를 처음 만나 50년 인연을 맺었다”면서 “그는 본회퍼를 행동으로 실천한 세속적 성자였다”고 회고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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