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대잔치… 휴먼 코미디·탈주 수사극 골라보세요

국민일보

한국영화 대잔치… 휴먼 코미디·탈주 수사극 골라보세요

할리우드 대작은 찾기 힘들어

입력 2019-09-11 20:48
추석 연휴 대목을 겨냥해 개봉한 한국영화 세 편. 왼쪽 사진부터 ‘나쁜 녀석들: 더 무비’ ‘타짜: 원 아이드 잭’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각 영화사 제공

국내외를 막론한 여러 사회 이슈들로 뒤숭숭한 요즘, 어김없이 추석 연휴는 돌아왔다. 근심 걱정 따위는 잠시 미뤄두고 소중한 이들과 하하 호호 웃으며 명절 분위기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마침 이번 한가위 극장가에는 가볍게 웃고 즐길 만한 오락 영화들이 즐비하다.

한국영화 기대작 3편이 11일 나란히 출격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흥행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과 차승원이 이끄는 휴먼 코미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이계벽), 2014년 OCN에서 방송된 동명 인기 드라마를 영화화한 ‘나쁜 녀석들: 더 무비’(손용호)이다.

‘타짜: 원 아이드 잭’은 ‘타짜’(최동훈·2006·누적 관객 568만명) ‘타짜-신의 손’(강형철·2014·401만명)에 이은 세 번째 작품. 1편에 등장했던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 도일출(박정민)이 미스터리한 타짜 애꾸(류승범)를 만나 그가 설계한 포커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내용이다.

손기술의 귀재 까치(이광수), 남다른 연기력의 소유자 영미(임지연), 재야의 고수 권 원장(권해효) 등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다만 챕터까지 나눠가며 각 인물의 전사(前史)를 일일이 풀어내는 연출은 너무도 장황해 긴장감과 몰입감을 뚝뚝 떨어뜨린다.

늘어지는 극의 흐름은 배우들이 잡아준다. ‘동주’(2015) ‘그것만이 내 세상’(2017) ‘사바하’(2019)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박정민이 안정감 있게 중심을 잡고, ‘그물’(2016)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류승범은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건재함을 과시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쫄깃한 후반부 전개는 시리즈 특유의 장점을 이어받는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휴먼 코미디다. 불의의 사고로 정신지체 장애를 갖게 된 전직 소방관 철수(차승원)가 골수암으로 투병 중인 딸 샛별(엄채영)의 존재를 알게 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로, 유쾌하고도 뭉클한 가족애를 전한다.

초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철수 캐릭터의 작위적 설정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극의 전체적인 기승전결을 고려했을 때 이는 후반부 감동을 배가하기 위한 의도적 장치였음이 드러난다. 가볍게 흐르던 극은 부녀를 둘러싼 과거가 드러나면서 차츰 깊이를 더해간다.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중심 소재로 자리하는데, 잊고 지냈던 참사의 아픔이 새삼 쓰라리게 다가온다. ‘신라의 달밤’(2001) ‘라이터를 켜라’(2002) ‘광복절 특사’(2002) 등 2000년대 초반 코미디 제왕으로 군림한 차승원의 귀환이 반갑다. 어른스러운 딸 샛별을 연기한 아역배우 엄채영의 성숙한 연기도 빛을 발한다.

원작 드라마의 열혈 팬들은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개봉을 적잖이 기다렸을 것이다. 영화는 범죄자들을 호송 중이던 차량이 전복돼 초유의 탈주 사태가 발생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오구탁(김상중) 형사가 이끄는 특수범죄수사과(마동석 김아중 장기용)가 재결성되며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다.

특수범죄수사과라는 설정 자체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범죄를 저질렀으나 정의의 가치를 잃지 않은 자들로 구성된 이 팀은 사회를 어지럽히는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데 앞장선다. ‘부산행’(2016) ‘범죄도시’(2017) ‘악인전’(2019) 등 매 작품마다 정의로운 주먹을 휘둘러 온 ‘액션 장인’ 마동석이 팀의 구심점이 된다.

11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가 촘촘한 전개를 자랑했던 반면, 러닝타임 114분에 불과한 영화는 다소 엉성한 얼개를 보여준다. 진부한 흐름도 작품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카리스마 넘쳤던 오구탁 캐릭터에 힘이 빠져버린 점도 팬들로선 아쉬운 지점일 터. 다행스럽게도 마동석의 액션만큼은 변함없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외화 신작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의 한 장면. 영화사 제공

올 추석 신작 라인업은 비교적 단출하다. 예년과 달리 사극이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자취를 감췄다. 관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크게 줄어든 셈. 외화로는 유쾌한 스토리를 통해 잔잔한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정도가 새롭게 공개됐다.

영화는 사업을 함께하는 죽마고우 폴(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과 토니(마치아스 슈와바이어퍼)가 홧김에 자신들이 가진 모든 물건을 버린 이후 하루에 한 개씩만 돌려받으며 100일을 버티는 내기를 시작하면서 펼쳐지는 스토리다. 미니멀 라이프에 적응해가는 두 사람을 통해 우정과 사랑 등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어린이 관객들이 볼 만한 애니메이션들도 준비돼 있다. 디즈니와 드림웍스 제작진이 합작한 ‘플레이모빌: 더 무비’와 동명의 국산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극장판 반지의 비밀일기’가 상영 중이다. 지난 4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까지 차지한 ‘극장판 헬로카봇: 달나라를 구해줘!’도 주목된다. 추석 신작 가짓수가 워낙 적다 보니 ‘그것: 두 번째 이야기’ ‘유열의 음악앨범’ ‘변신’ 등 이전 개봉작들도 어느 정도 흥행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