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협상 재개되려는데 정부는 구경만 하나

국민일보

[사설] 북·미 협상 재개되려는데 정부는 구경만 하나

입력 2019-09-11 04:03
북한이 9월 하순에 북·미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을 전격 제안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실무협상과 연계하고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며 협상을 지연시켜 왔던 그동안의 태도와는 다른 양상이다. 북한의 제안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만남은 좋은 것”이라고 화답해 협상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한은 협상 제안 다음 날 발사체 두 발을 쏘는 등 도발을 계속하고 있지만 대화 국면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태도 변화는 우선 미국의 압박과 당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의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미 협상 실패 시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을 거론하며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모든 나라는 자신을 스스로 방어할 주권을 갖는다”고 거들었다. 기존의 경제적 번영 약속과 함께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북·미 실무협상이 이달 하순 열린다면 남·북·미 정상의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석 달 만이다. 북한이 대미협상의 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 3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대화의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어서 시간이 많지 않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비핵화 시늉만 내면서 대북 경제제재 해제와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미국이 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미 실무협상에서 종전선언이 논의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소외돼 있는 모습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에 매몰돼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북·미 협상이 딴 나라 일처럼 여겨지는 요즘이다. 국론이 분열되고 진영 간 대립이 심해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국민들의 에너지를 모아 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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