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대통령 기록관 굳이 필요한가

국민일보

[사설] 문재인 대통령 기록관 굳이 필요한가

입력 2019-09-11 04:05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기록원이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생산된 기록물을 보존·관리하는 개별 기록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172억원을 투입, 연면적 3000㎡ 규모로 지어 퇴임 직후인 2022년 5월 개관할 계획이라고 한다. 행안부는 이를 위해 내년 예산안에 부지매입 비용 등 32억원을 편성했다. 세종시에는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의 기록물을 통합 관리하고 있는 대통령기록관이 있다. 2016년 1월 문을 열었는데 고작 3년 만에 문 대통령만을 위한 별도의 대통령기록관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하다.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관 박물·선물 서고 사용률이 83.7%나 돼 보존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정치적 논란으로부터 대통령기록물 관리의 신뢰를 회복하고 전직 대통령의 기록물 열람 편의를 보장함으로써 국정경험의 사회 환원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통령기록물 관리체계를 통합-개별 관리 체계로 개선하려는 일환이라고 하지만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개별 대통령기록관에는 지정·비밀·일반 기록물 등 문서 자료를 주로 보관하고 통합대통령기록관은 보존·복원 처리의 허브 기능을 담당하며 개별 기록관을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될 경우 기록물 보존 부담을 분산·완화하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럴까. 개별 기록관을 운영하는 게 국가 재정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후임 대통령마다 개별 기록관을 지으면 건축비는 물론이고 인건비와 유지·관리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갈 텐데 어떻게 통합 관리보다 낫다는 말인가.

대통령이 재임 시 자신의 대통령기록관을 추진하는 것은 오해를 사기 마련이다. 본인의 필요와 편의를 위해 예산을 허투루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업을 확정해 덜컥 예산에 반영한 것은 성급했다. 대통령기록물은 정치적, 외교적으로 민감한 자료들까지 망라돼 있다.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는 기관이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하는 공적 자산이다. 개별 대통령기록관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쳐 추진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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