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대환] 한가위 달 바라보며 ‘블루 문’ 기다릴 건가?

국민일보

[여의도포럼-김대환] 한가위 달 바라보며 ‘블루 문’ 기다릴 건가?

입력 2019-09-12 04:02

민생은 도탄 일보 직전이고 국론분열은 위험수위에 육박해
특권과 반칙이 집권세력 안에서 용인된 것이 ‘조국 변란’
나라가 어지럽게 되지 않도록 주권자들이 힘을 모아야 할 때


내일(13일)은 한가윗날이다. 한가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보름달, 그것도 대보름달이다. 마침 이번 한가위에는 밝은 대보름달을 볼 수 있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기대를 더해 준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달은 밤마다 뜨고 달빛 아래 정성을 바치기도 하지만 대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그저 속설이니 하면서도 이번 한가위에도 소원을 비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천년의 인류역사가 가르치듯 소원은 소원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혹시 ‘우연의 일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후 풀이에 불과하다. 좋게 말해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이고, 아전인수(我田引水) 아니면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성격이 아주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소원이 없을 수는 없다. 꿈마저 포기한 현실은 더욱 각박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대보름달보다 소원을 잘 들어 줄, 귀해서 특별한 보름달 ‘블루 문(Blue Moon)’을 그리며 노래하나 보다.

‘블루 문’은 달이 푸른 빛깔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 아니다. 양력으로 같은 달에 드물게 음력 보름이 겹칠 때가 있는데 이때 뜨는 보름달을 일반적인 만월(Full Moon)과 구별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블루 문’이다. 달은 같은 달이로되 그만큼 희귀하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보름달은 물론 대보름달도 들어주지 못하는 소원을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과 절박함의 반영일 것이리라.

오래전 대중가요 ‘블루 문’이 애창곡이 된 것도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곡명과 가사를 여러 차례 고쳐 쓴 끝에 이 곡명으로 발표되어 히트를 쳤던 노래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있는 것은 대공황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당시의 현실을 넘어 통시적 소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블루 문이여/ 당신은 외톨이로 서 있는 나를 보았습니다/ 마음에 꿈도 없고/ 연인도 없는 나를/ (중략) 그리하여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던 것이지요/ 내가 팔에 껴안을 수 있는 오직 한 사람이/ (중략) 그리고 블루 문이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블루 문이여/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닙니다. (하략)’

외톨이가 갈구하던 사랑을 얻었으니 이만한 소원성취도 없을 것이다. 함축성이 강한 대중가요, 게다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은 구미지역에 유행했던 팝송의 노랫말에 대해 비전문가가 사족을 붙이는 것은 작사자에 대한 결례인 줄 알지만, ‘블루 문’과 연결시킬 만큼 귀한 사랑의 성취를 노래한 것으로 반드시 ‘블루 문’ 앞에서의 고백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처지가 외로울 때 창백하게 보였던 달이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닐 때 본연의 황금색으로 보이게 된 것이 아닐까. 이렇게 본다면 ‘블루 문’은 상징일 뿐 실제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

이번 한가위의 보름달은 ‘블루 문’이 아니다. 예년보다 일찍 이 달의 상반기에 맞는 한가위라 혹시 멀지 않은 시점에 ‘블루 문’이 뜨지 않을까 하고 살펴보니 내년 10월이 그 시점이다. 10월 1일이 음력으로 8월 보름이고 31일이 9월 보름이니, 2020년 10월 31일에 뜨는 달이 ‘블루 문’이다. 전설과도 같은 귀한 시간이 그리 멀지는 않구나 생각하면서도, 그때까지 소원을 미루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나라가 어지러워 창백하게 보이는 달이 본연의 황금빛을 발하게 하는 시점은 빠를수록 좋다.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작금의 나라 사정은 말이 아니다. 국제적으로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고 민생은 도탄 일보 직전이다.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소원했던 ‘나라다운 나라’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국론분열이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는데, 국정의 책임을 부여받은 자들이 그 책임을 공격적으로 전가하기에 급급한 것은 국민들이 바라던 민주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국정보다는 정권에 온통 마음이 쏠려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들이 민생을 전방위적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최근의 ‘조국 변란’은 특권과 반칙이 집권세력 내에서는 용인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몰염치한 강남 ‘잡파’의 가식과 위선으로 멍든 가슴을 안고 바라볼 이번 한가위의 달은 창백하다 못해 처량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내년 10월 말까지 ‘블루 문’ 신화의 강림을 고대하고만 있을 것인가.

신화는 신화일 뿐 현실이 아니다. 창백해진 한가위 보름달이 본연의 황금빛을 찾도록 외톨이 신세부터 벗어나야 한다. 나라가 더 이상 어지럽고 불안해지지 않도록 주권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블루 문’의 색깔은 원래부터가 황금빛이다.

김대환 인하대 명예교수·전 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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