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 등 사사건건 이견… ‘탈레반 회동’ 제동걸자 폭발

국민일보

북한·이란 등 사사건건 이견… ‘탈레반 회동’ 제동걸자 폭발

대북 정책 등 외교 유연해질 듯

입력 2019-09-12 04:02
존 볼턴(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2월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 서서 미소를 짓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이번에도 트위터로 경질을 알렸다.

초강경파였던 볼턴 보좌관의 교체로 대북 정책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선이 더욱 유연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3월 22일 임명돼 백악관에 입성했던 볼턴 보좌관은 1년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지난밤 존 볼턴에게 더 이상 백악관에서 그의 근무가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며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나는 볼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고, 오늘 아침 나에게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밤 내가 사임을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일 이야기해 보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잘린 게 아니라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 경질’을 알리기 1시간 전 백악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공동 브리핑에 볼턴이 배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경질이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언론들은 볼턴이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경질의 결정타는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지난 8일 탈레반 지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비밀리에 만나려고 했으나 이를 전격 취소했다.

볼턴은 9·11테러 18주년 기념일을 앞둔 상황에서 추진됐던 탈레반과의 비밀회동을 반대했다. 이를 둘러싼 백악관 내부의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측이 흘린 것이라고 보고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부터 볼턴의 전임자였던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각종 정책적 조언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1년 전부터 볼턴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북한 문제도 두 사람의 거리를 멀게 한 요인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듭된 만남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WP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전쟁광’이라고 조롱해왔다고 전했다.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은 “볼턴의 경질로 세계적으로 전쟁 위협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N방송은 보도했다. 미국 여당에서도 환영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옹호론도 없지는 않다.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은 “볼턴의 경질은 미국과 백악관에 거대한 손실”이라며 “그는 같은 방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더욱 중요했다”고 말했다.

볼턴의 경질에 따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볼턴 자리를 이어받을 후보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특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 경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모두 (대통령에게) 솔직한 의견을 내놓는다”면서 “볼턴과 나는 의견이 다른 적이 많았다”고 불화설을 시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볼턴의 경질 소식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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