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무역분쟁 ‘4-0’ 자신감… 정부 “지금이 반격 찬스”

국민일보

한·일 무역분쟁 ‘4-0’ 자신감… 정부 “지금이 반격 찬스”

합의 안 되면 패널 설치 법리싸움

입력 2019-09-12 04:05
사진=서영희 기자

한국 정부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하면서 평균 15개월이 걸리는 ‘분쟁의 길’을 걷게 됐다. 상소 과정까지 거치면 길게는 3년 동안 ‘한·일 무역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고단한 싸움을 감수할 각오를 하면서 지금이 ‘제소의 적기’라고 봤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어 위험성을 빨리 해소하려면 서둘러 WTO 제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일본과의 양자협의에서 부당성과 위법성을 지적할 방침이다. 양자협의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한국 기업들 피해 규모 등을 내세워 ‘법리 싸움’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유명희(사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 정부는 WTO를 통한 분쟁해결 절차의 첫 단계인 양자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일본의 조치가 조속히 철회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허가제 남용을 막기 위해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 본부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유사한 수출 규제 남용을 예방해야 한다. 그동안 WTO 제소 관련 법률 검토를 진행했고, 일본이 규정을 위배했다는 결론이 나와 제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은 법정 다툼에 앞서 양자협의에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양자협의는 통상 ‘과장급 협의’로 진행된다. 합의점을 찾으면 조기에 분쟁이 종료될 수 있다.

합의에 실패하면 한국은 WTO에 분쟁해결 패널 설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패널은 3명의 통상 전문가로 구성된다. 본격적 재판 절차로 치열한 법리 싸움이 시작된다. 이후 패널 심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나오면 각국은 상소 여부를 결정한다. 한쪽이라도 결과에 불복하면 60일 이내에 상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최종 상소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1~2년이 걸린다. 하지만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 장기화할 수 있다. 한·일 후쿠시마산 수산물 분쟁의 경우 일본 제소 이후 최종 결론까지 4년 이상이 걸렸다.

한국 정부는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이 벌인 WTO 무역분쟁에서 한국은 사실상 ‘전승’했다. 현재까지 총 6건의 한·일 간 WTO 분쟁 가운데 마무리된 사안은 4건이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일본의 김 수입 쿼터제 철폐를 요구하며 WTO에 제소했었다. 일본이 2006년 한국산 김 수입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한국은 제소를 취하했었다. 일본이 하이닉스의 D램에 27.2% 상계관세를 부과하면서 불거진 분쟁은 2009년 4월 WTO가 한국 손을 들어주면서 일본이 관세를 철폐했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분쟁도 올해 4월 한국이 이겼다.

이날도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WTO 승리’를 거뒀다. 한국은 2015년 일본산 공기압밸브에 대해 향후 5년간 11.66∼22.77%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결정했었다. 일본은 이듬해 6월 WTO에 제소했다. WTO 상소기구는 한국이 일본산 공기압밸브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조치에 대해 WTO 협정 위배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신들이 승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선 일본의 경제 보복을 WTO에 제소해서 이긴다 해도 실익이 적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간의 싸움 끝에 승리하더라도 일본이 공기압밸브 사례처럼 아전인수 격으로 판정 결과를 해석하면 무역분쟁이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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