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전석운] 조국은 검찰 개혁 말할 자격 없다

국민일보

[샛강에서-전석운] 조국은 검찰 개혁 말할 자격 없다

검찰개혁 목표가 수사 공정보다 檢 장악인 듯… 문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제 누리고 있어

입력 2019-09-12 04:02

지난 9일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조국의 취임사를 보니 요즘 유행하는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 ‘조스트라다무스’(조국+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 합성어)라는 말들이 떠올랐다. 그는 취임사 모두에 “내 허물과 책임, 짊어지고 가겠다”라고 했다. 이건 비위가 드러나 공직에서 물러날 때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허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각료를 맡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은 그를 적격자로 보지 않는다는 여론이 높은 데도 장관에 취임한 건 자신의 허물과 책임을 부정하는 행위다.

“젊은 세대들이 저를 딛고 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건 또 무슨 영혼없는 멘트인가. 자신이 가르쳤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제자들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고려대와 부산대 등 여러 대학에서 그를 성토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법무장관직에 올랐다. 그러면서 마치 젊은 세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헌신하는 사람인 양 포장했다. 유체이탈 화법의 극치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 국민 위에 법무부와 검찰이 서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는 자녀의 장학금 특혜와 민정수석 때 만든 사모펀드만으로도 이미 수많은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분노하게 했다.

“공정한 법질서를 만들겠다”는 다짐은 공허하다. 부인은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됐고, 조 장관 자신도 조사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한 법질서의 걸림돌이 바로 조 장관이다. 그는 법무장관을 해야 하는 이유로 검찰 개혁의 마무리를 내세웠다. 아무리 검찰 개혁이 중요하지만 그가 검찰 개혁을 주도하면 안 된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수사의 공정성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모두 과거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조국은 자신과 가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감독하는 부처의 수장이 됨으로써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크게 해치고 있다.

그는 자신과 가족에 대한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장관의 인사권 행사를 강조하고, 수사 통제와 검찰 감독의 실질화를 언급했다. 법무장관의 당연한 권한을 열거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일선 검사들과 검찰 조직에는 충분한 메시지를 던졌다. 조 장관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공석인 검사장 6자리에 대한 승진인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할 수 있다. 임기(2년)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검사장들의 보직이동도 할 수 있다. 연쇄적으로 평검사까지 이어지는 인사를 끝내면서 검찰조직을 흔들어놓는 건 어렵지 않다. 조국 의혹 수사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쯤 되면 조국식 검찰 개혁의 목표는 수사 공정보다 검찰 장악에 있는 것 같다. 검찰 중립보다 검찰 통제를 원하는 법무장관 밑에서 검찰 수사의 공정을 기대하긴 어렵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조 장관의 과거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이제는 그가 무슨 멋진 말을 해도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나라 검찰만은 많은 권한을 통제 장치 없이 보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적으로 민주화된 사회에서 특정권력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그 권한에 대한 통제 장치가 없다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과도한 권한을 통제 장치 없이 보유한 권력기관을 꼽자면 검찰보다 대통령이 더 위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한은 너무 막강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쏠린 권력 제도 탓이었으며,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맞도록 제도를 개선하라는 게 촛불민심의 명령이었다.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가 적폐라는 진단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통령들이 누렸던 방식 그대로 인사권을 행사하면서 적폐의 유산을 향유하고 있다.

조 장관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받은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이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쓰였는지 깊이 성찰하고 반성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 대신 ‘대통령의 인사권’을 집어넣어야 더욱 옳은 지적이다.

전석운 미래전략국장 겸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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