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해보고 결정했습니다”… 담임목사 일방적 결정 삼가야

국민일보

“기도해보고 결정했습니다”… 담임목사 일방적 결정 삼가야

[김종원 목사의 행복목회] <1> 제왕적 리더십은 이제 그만

입력 2019-09-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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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중앙교회 목회자들이 지난달 충북 단양에서 진행된 교역자 수련회에서 조별로 ‘멋진 사진찍기 콘테스트’를 하고 있다.


경산중앙교회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청도 소싸움 테마파크가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 보면 우람한 소들이 서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힘자랑을 한다. 그런데 소들은 자연 상태에서는 싸움하지 않는다고 한다. 암소를 두고 수소가 힘겨루기하는 것을 제외하면 소싸움장에서만 힘겨루기한다. 경기장 밖에서는 ‘음매’하며 온순한 소가 경기장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콧김을 뿜으며 달려드는 것이다.

혹자는 소싸움을 교회 당회와 비교하며 당회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로 힘자랑하는 당회의 문제는 먼저 제왕적 리더십을 고수하는 담임목사에게 그 책임이 있을 수 있다.

장로님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일 싫어하는 말이 무엇일까. 아마도 ‘당회장이 기도해보고 결정했습니다’라는 담임목사의 일방적 선포가 아닐까. 그것도 사전 조율 없이 설교 중에 회중 앞에서 갑자기 알리는 방식이다.

물론 하나님이 목회자에게 주신 선지자적 기능이 있다. 최근 교회 설립 6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순복한다는 의미로 교역자들과 함께 3일 금식을 결정하고 공예배 때 선한 결정에 동참할 것을 권면했다. 그러나 이런 성격의 행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상의가 가능하다.

경산중앙교회는 거의 모든 의사결정을 상의한다. 너무 시시콜콜한 것까지 상의하다 보니, 어떤 장로님은 “목사님, 그 정도는 이제 목사님이 알아서 하세요” 하고 핀잔을 줄 정도다. 장로님들은 주중에는 생업의 현장에 있다가, 주일이면 맡은 부서에서 동분서주한다. 그러니 사소한 결정은 목사님이 알아서 하라는 거다.

그런데도 또다시 상의한다. 왜? 언제 싹틀지 모르는 제왕적 리더십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상의하기를 즐기는 담임목사가 꿈꾸는 당회는 ‘형제 같은 당회’이다.

교회 지도력의 중심부가 되는 또 다른 조직은 교역자실이다. 만약 한국교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가 서로 어깨동무하며 장난칠 수 있다면,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토론할 때 담임목사 앞이라도 팔짱 끼고 먼 산을 바라볼 수 있다면, 회의실 안팎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한국 사회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관료사회가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관계는 아닐까. 그래서 그 관계는 점점 딱딱하게 화석화되고 복지부동만이 미덕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경산중앙교회에 처음 부임하는 교역자는 회의에 참여하면서 문화 충격을 경험한다. 일단 회의 전 부교역자들이 가족여행 이야기를 하는 게 낯설다. 회의 중 이야기를 듣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회의 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해도 돼요’라고 선배 교역자에게 묻기도 한다.

어떤 목회자는 다른 교회 3년 사역하는 동안 교역자 회의에서 했던 말보다 우리교회에서 한 달 동안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인턴 전도사도 사역에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소신 있게 발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의적으로 도출된 아이디어 몇 개를 소개한다. 몇 년 전 송구영신예배를 기획할 때 일이다. 수백 대의 차량이 빠져나가는 교통체증 해소 방안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 사역자가 ‘우리가 남천 강변에 도열해, 나가는 성도들을 배웅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왕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니, 교역자가 인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 아이디어는 채택되었고 30여명의 사역자가 새해 첫날 남천 강변에 도열했다. 성도들을 축복하는 메시지를 각자 써서 들었다. 그런데 하나 놓친 것이 있었다. 그날 새벽 날씨가 영하 15도였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얼어 죽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지금은 영웅담처럼 웃으며 이야기한다.

교회는 매년 여름 휴가철에 ‘3대가 함께 하는 금요성령집회’를 갖는다. 휴가도 챙길 수 없는 성도들이 영적 휴가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추첨으로 교역자들이 성도들에게 수박을 선물하기도 하고 한여름의 추억을 간직하라고 장수풍뎅이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어느 해에는 교회 마당에 텐트를 설치했다. 사연 공모를 통해 성도들을 선발하고 바베큐 파티를 열어줬다. 교회 건물 뒷벽을 스크린 삼아 심야 야외극장으로 꾸몄다. 교역자들은 힘들었지만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재미를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성도를 목양하는 목자의 마음, 성도들이 교회에서 더 행복감을 누리기를 원하는 사역자들의 노력이자 기도 행위다. 그래서 교역자 회의 이름은 ‘창목회’, 창의적인 목회자들의 모임이라 붙였다.

혹자는 도무지 방향을 알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목회를 위기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주님의 제자된 교회의 리더들이 먼저 주님을 닮아간다면 답은 분명히 있다.

예수님은 겉옷을 벗고 수건을 가져다가 허리에 두르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으셨다. (요 13:4~5) 만약 교회가 제왕적 리더십을 내려놓고 작은 실천으로 다가간다면, 소통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와도 창조적으로, 행복하게 목회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김종원 목사

약력=경북대(생물학과), 총신대 신학대학원(MDiv) 졸업. 미국 탈봇신학교 성경해석학 석사(ThM). 코스타 강사. 월드휴먼브리지 공동대표. 저서 ‘새노래’ ‘겁나지만 겁내지 않는다’ ‘결혼을 앞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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