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이주화’ 계속되는 참사… 외국인 노동환경 다시 주목

국민일보

‘위험의 이주화’ 계속되는 참사… 외국인 노동환경 다시 주목

영덕 참사 희생자들 안전장비도 없이 작업

입력 2019-09-12 04:10

추석 연휴를 눈앞에 둔 지난 10일 경북 영덕에서 발생한 오징어 가공업체 외국인 노동자 집단질식사를 계기로 이들이 노출된 위험한 노동환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목숨을 위협받는 환경에 노출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번 사건처럼 사망하거나 중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고 피해자 중 의식불명 상태였던 태국인 A씨(34)는 11일 오전 1시쯤 치료를 받던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사고를 당했던 태국 국적 3명과 베트남 국적 노동자 1명이 모두 사망했다.

이들은 10일 오후 2시쯤 경북 영덕 축산면의 한 오징어 가공업체 지하탱크에서 청소작업 중 쓰러졌다. 오·폐수가 빠져나가는 배관을 뚫으려 공장 관계자가 1명을 먼저 3m 깊이 지하탱크에 내려보냈으나 안에서 질식해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를 구하라고 들여보낸 3명도 쓰러졌다. 소방당국은 희생자들이 구조 당시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패 물질에서 발생한 유해가스가 질식사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업주 처벌은 불가피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 연달아 일어났던 양돈농가 질식사 사고와 판박이라는 시각이 많다. 당시 경기도 여주의 양돈농가에서는 분뇨를 치우던 외국인 노동자 2명이 사망했고 이후 경북 군위 양돈장에서도 정화조를 청소하던 외국인 노동자 2명이 숨을 거뒀다. 당시에도 마스크 등 안전장비는 지급되지 않았다.

희생자들은 취업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인 미등록 외국인 신분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를 당한 태국 노동자들은 모두 91일 이상 체류 시 하도록 되어 있는 외국인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베트남 국적 노동자의 경우 비자가 있었지만 동거비자라 취업은 허용되지 않은 상태였다”면서 “결혼이주여성인 딸을 방문하러 왔다가 돌아갈 비행기 표값을 마련하기 위해 일해온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이 받아온 임금은 일당 7만~8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경우 다른 외국인 노동자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하기 쉬운 데다 정확한 실태가 파악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통상 고용허가제 쿼터를 못 받은 사업장이나 받았더라도 외국인들이 기피하는 사업장, 혹은 최저임금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라면서 “파악되지 않은 사업장이 워낙 많다”고 말했다. 조영관 이주민센터 ‘친구’ 사무국장은 “죽어서 산재 신청이 되더라도 미등록 외국인이 일하는 사업장에서는 고용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임금을 통장으로 지급하지 않는 등의 경우가 많아 보상액 산정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11일 성명을 내고 “‘위험의 이주(移住)화’를 방치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면서 사업주 엄중 처벌과 노동안전 교육, 고용허가제 폐기 등을 촉구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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