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오하라 (10)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오하라 (10) 전국노래자랑 최우수상은 하나님이 주신 축복

안마로 생계 이으며 제2의 삶 살다 주위 권유로 노래자랑 참가… 결혼 예물로 받은 한복 입고 무대 올라

입력 2019-09-1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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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가수 오하라씨(왼쪽)가 2014년 KBS ‘전국노래자랑’ 경기도 오산시 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뒤 송해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2011년부터 일한 안마원은 ‘안마 바우처’ 사업을 하는 곳이었다. ‘안마 바우처’는 취약계층 노인과 장애인의 건강증진을 돕고 시각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도 실명한 나는 안마로 생계를 이으며 제2의 삶을 살게 됐다.

외동딸로 자라 그런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힘들게 안마하면서도 즐겁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안마받는 어르신들은 자식 자랑이나 젊었을 때 추억담, 사소한 일상까지 대화가 끝이 없었다. 시를 좋아하는 분에겐 시를 낭송해 드리기도 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흘러간 노래도 배워 불러드렸다.

2014년 초 경기도 오산시에서 송해 선생님이 진행하는 KBS ‘전국노래자랑’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안마받으러 오는 분마다 내게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라고 권유했다.

나는 살포시 웃으며 “그런 데를 아무나 나가나요” 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도 꼭 출전하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기 시작했다. 그분들은 “우리에게 희망과 행복을 준 것처럼 더 많은 세상에 희망과 용기를 전해야지”라며 주저하는 내게 용기를 심어주셨다.

결국 참가신청서를 냈다. 예심 장소인 오산 시민회관은 참가자는 물론 구경꾼들로 가득 찼다. 가슴 조이며 기다리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렇게 떨고 있겠구나. 그래 내가 이분들께 용기를 주자. 앞 못 보는 여자가 당당하게 나가 열심히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길 거야.’

이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1차 예심이 끝나고 통과자 50명을 호명했다. 나는 얼른 집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아 떨어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한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내 이름이 불리는 게 아닌가.

옆에 있던 남자 친구 태웅씨도 놀랐는지 나를 끌고 허겁지겁 앞으로 나갔다. 1차 예심을 통과한 50명은 2차 예심을 치렀다. 15명만 본선에 나갈 수 있었다. 날은 어두워졌고 50명의 노래도 끝이 날 무렵 합격자 15명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됐다.

잠시 뒤 내 이름이 호명됐다. 귀를 의심했다. 잠시 후 축하한다는 인사말이 들리자 겨우 현실감을 되찾았다. 태웅씨와 말없이 손을 꼭 잡았다.

2014년 4월 봄날. 나는 결혼예물로 받은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노래가 모두 끝나자 시상이 시작됐다. 인기상부터 장려상과 우수상이 호명돼 상을 받았고 최우수상을 남겨두고 있었다.

송해 선생님께서 뜸을 들이시며 “아, 이 분이시군요. 고운 한복을 입고 나오셨지요”라고 말씀하셨다. 참가자 중 한복을 입고 나온 사람이 몇 있었기에 나는 그냥 누굴까 하며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최우수상은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메달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상금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당시 어렵게 살고 있었지만 하나님이 주신 축복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 달 나의 반쪽, ‘수호천사’ 태웅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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