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조국의 특권과 반칙은 지금도 계속된다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조국의 특권과 반칙은 지금도 계속된다

입력 2019-09-16 04:01

국민에 상처주는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조국 법무장관 임명 강행한 데 대한 추석민심 나빠
취임 후 행보도 특권 연상시켜 검찰개혁 동력마저 약해질 듯


예년보다 짧은 추석 연휴가 끝났다. 한가위 기간 전국 곳곳에서 이야기꽃이 만발했을 것이다. 명절 즈음의 모임에선 정치 현안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을뿐더러 자리를 함께한 이들에게도 자제를 요청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엔 말하고자 하는 이들의 입을 막을 수 없었다. ‘조국 사태’ 탓이다. 입을 뗀 이들 중에는 부정적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그런 위선자가 무슨 법무장관이고, 그런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한 건 또 뭐야? 다들, 싫다 싫어” “정말 ‘이건 나라냐’는 구호가 딱 맞아. 이민 가고 싶다는 마음까지 든다” “온갖 혐의를 받고 있는 와이프가 SNS를 통해 검찰과 언론을 비난하는 걸 보니 정말 기가 막힌다. 남편 ‘빽’을 믿고 저러는 건가, 아니면 원래 대가 센가” 등등. 물론 “조국에게 흠결이 있지만 너무 악인(惡人)으로 몰아가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절차는 끝났지만, 검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민심의 바다에서 ‘조국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조국을 지명한 게 지난달 9일이니까, 5주가 넘었다. 차분하게 복기를 해보자.

첫 의혹은 지난달 15일 제기됐다. 거액의 재산을 갖고 있음에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때 일가족이 사모펀드에 전 재산보다 많은 74억원이나 투자하기로 약정한 것이 드러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 5촌 조카와 처남까지 포함돼 ‘조국가족펀드’란 별칭을 얻었다. 조 장관은 “합법적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모펀드 투자처는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과 맞닿아 있다. 회사 규모로 볼 때 엄두도 내지 못할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기도 했다. ‘블라인드 펀드’라는 조 장관 설명이 거짓이라는 증언, 부인 정경심씨와 여권 관계자들이 연루된 정황도 나왔다. 수상쩍은 데가 많다. 야당에선 ‘권력형 게이트’라고 주장한다. 사모펀드를 주도한 5촌 조카가 해외로 도피했다가 조 장관 취임 이후인 추석 연휴 때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귀국 이유가 아리송하다. ‘법무부 장관 조카인 나를 제대로 조사할 수 있겠어?’라는 특권의식이 작용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조국가족펀드’에 이어 동생의 ‘위장이혼과 사기소송’ 의혹, 딸의 ‘장학금 먹튀’ 논란과 ‘수상한’ 진학 과정 등이 잇따라 터졌다. “도덕성을 갖춘 진보의 아이콘인 줄 알았는데 변칙과 탈법, 반칙과 특권 덩어리”라는 비난이 일었다.

청년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건 딸 문제다. 딸의 이력은 그야말로 편법과 특권, 꼼수의 연속이었다. 부모의 직업이 변변찮은 집안의 아이들, 고달프지만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민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경로를 밟았다. 금수저 스펙의 중심에도 정경심씨가 있다.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 외에 다른 혐의가 추가 적용돼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증거 인멸 시도 정황이 이미 포착된 상태다. 그런데 자성은커녕 피의사실 유포 피해자인 양 하면서 SNS를 활용해 반격하고 있다. 남편이 장관에 임명된 뒤에는 정도가 더 심해졌다. 좀체 고개를 숙이지 않는 남편도 “아이 문제에 안이했다”고 간접 사과했는데, 정씨는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또 정씨는 10명이 넘는 변호인단을 꾸렸다고 하는데, 이 또한 범인(凡人)들은 꿈도 꾸기 힘든 일이다.

특권과 반칙의 하이라이트는 조 장관 본인이다. 무수한 의혹으로 인해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부인이 불구속 기소됐음에도 장관직을 꿰찼다. 아마도 유일무이하고, 굉장히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 같다.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전체가 그에게 특권과 반칙을 용인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현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조국 수사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려 한 움직임은 단적인 사례다. 조 장관은 몰랐다지만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이 거의 동시에 검찰에 똑같은 요청을 했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차관과 국장의 경질 요구는 묵살됐다. 조 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통해 자신과 일가를 옥죄어 오는 검찰과 일전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명분은 검찰개혁이다. 한데 메아리가 별로 없다. 조 장관이 개혁주체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 조 장관과 그 일가를 구하기 위해 권력이 사용(私用)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의 사유화, 엄청난 특권이요 반칙 아닌가.

여권의 ‘조국 지키기’ 대열은 탄탄하다. 현재로선 ‘윤석열 검찰’이 이길 가능성이 크지만, 여권의 압력에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되면 여권이 이긴 걸까. 아니다. ‘이건 나라도 아니다’라는 더 큰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그리고 2년 반 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더 날카로워진 검찰의 칼날과 마주할 소지가 다분하다.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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