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드려야 하는데”… 명절 앞 강제퇴거 날벼락

국민일보

“예배 드려야 하는데”… 명절 앞 강제퇴거 날벼락

재건축 직격탄 맞은 개포중앙교회

입력 2019-09-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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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환 개포중앙교회 목사와 성도들이 15일 교회 인근 한 성도의 집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교회 성도들은 지난 10일 법원의 퇴거명령으로 교회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 개포중앙교회 제공

서울 개포중앙교회(오태환 목사) 성도 40여명은 15일 한 성도의 집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추석 연휴 마지막인 이날 이 교회 성도들은 교회에 가지 않은 게 아니라 가지 못했다. 지난 10일 날벼락 같은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트럭이 교회 앞에 도착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남성들이 몰려와 교회 안 물건들을 마대 자루에 담아 트럭에 싣기 시작했다. 이들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퇴거 조치에 나선 집행관들이었다. 성도들은 더 이상 교회에 들어갈 수 없었다.

개포중앙교회는 ‘강남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라고 하는 개포주공1단지에 있다. 교회가 처음부터 재건축조합과 다툼을 한 건 아니다. 조합의 의견에 따라 재건축에 협조하기로 했다. 조합도 절차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을 교회와 함께 수립하기로 구두약속을 했다고 한다. 문제는 조합이 교회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시작됐다는 게 교회 측 주장이다. 관리처분계획엔 교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 재건축되기 전 토지와 건축물을 단독으로 소유했던 교회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건물로 들어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상가 지하엔 저수조까지 들어선다.

개포중앙교회 성도 A씨는 “조합이 교회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했는데도 법원이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개포중앙교회는 2009년 9월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시 뉴타운 지구 등 종교시설처리 방안’을 조합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서울시는 재건축 과정에서 종교시설과 조합 간 다툼이 생기자 해결책으로 처리 방안을 내놨다. 핵심은 개발구역의 종교시설은 우선적으로 존치하되 이전이 불가피하다면 존치에 준하는 이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포중앙교회가 조합에 요구하는 건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있는 공간,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단독 건축물은 지하 50m까지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가로 들어가면 불가능해진다. 매매나 개보수 등을 할 때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A씨는 “예전처럼 신앙생활하며 예배드릴 수 있는 공간을 달라고 했을 뿐인데 상인들에게 분양하듯 상가공간만 내줬다”며 “교회는 십자가 등 상징물이 많고 고유한 특성이 있는 만큼 일반 상가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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