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지층만 바라보는 ‘겁쟁이 정치’

국민일보

[사설] 지지층만 바라보는 ‘겁쟁이 정치’

입력 2019-09-17 04:02
지금 한국에서 정치 좀 한다는 이들은 다 겁쟁이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그렇고,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용감한 정치인의 자격을 잃었다. 진영 싸움이 돼버린 조국 사태는 그것을 다룬 정치인의 그릇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대통령부터 여야 지도부까지 전부 ‘내 지지층’만 바라보고 의사결정을 했다. 골수 지지층의 이탈을 겁낸 여권은 조 장관 임명에 거세게 반대하던 중간지대의 더 많은 국민을 외면했다. 정권을 잃고도 기존 지지층을 지키는 데만 급급해 온 야당은 그런 여권에서 떨어져 나온 이들을 한 줌도 끌어들이지 못했다.

이 문제는 한 달을 끌었다. 두 진영이 피 터지게 싸웠지만 승자가 없다. 조 장관 임명 뒤 실시된 여론조사(SBS·칸타코리아)에서 여당도 야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40%에 육박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은 나란히 떨어져 31.3%와 18.8%에 그쳤다. 이 숫자는 민주당이 무슨 짓을 해도 찬성하는 골수 진보와 한국당이 아무리 못해도 지지하는 골수 보수를 가리킨다. 양쪽이 하는 것을 봐가며 입장을 정하려는 중도층은 크게 불어났고, 지금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여당도 야당도 대통령도 그들의 마음을 붙들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붙들려 하지 않았다. 조국 사태에서 여권이 벌인 여론전은 “우리 편 모여라”를 외친 것이었다. 다른 목소리도 들어보자고 용기 내 말한 여당 정치인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런 진영 논리에 환멸을 느낀 이들은 대체재를 찾지 못해 부유(浮遊)하는 중이다. 한국당 역시 다르지 않음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과거 거물 정치인의 사례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내 편을 넘어서는 외연의 확장은 한국 정치 지형에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지금 정치권은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골수 지지층만 바라보며 편협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설득과 공감 대신 대결의 커뮤니케이션이 정치판의 언어가 됐다. 협치는 말도 꺼내지 못할 판이다. 이렇게 후진적인 정치는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며 국민의 삶에 직접 악영향을 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두고만 봐야 하는가.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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