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이어진 영화 권력자의 추악한 성범죄 민낯

국민일보

30년간 이어진 영화 권력자의 추악한 성범죄 민낯

BBC 다큐 ‘와인스타인’ 26일 개봉

입력 2019-09-17 04:05
사진=스톰픽쳐스코리아 제공

2017년 10월 5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터뜨린 특종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사실이 낱낱이 폭로된 것이다. 30년간 이어져 온 무거운 침묵을 깨고.

미국 영화계에서 와인스타인은 무소불위의 존재였다. 영화사 미라맥스의 설립자이자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회장. ‘굿 윌 헌팅’ ‘반지의 제왕’ ‘킬 빌’ 등 걸출한 작품들을 배출하며 ‘오스카 제조기’로 불렸다. 이윽고 밝혀진 그의 실체는, 추악한 성범죄자에 불과했다.

영국 B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와인스타인’(사진)은 그의 성공과 몰락, 특히 그동안 자행된 파렴치한 범죄가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그 해답은 영화의 원제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Untouchable(건드릴 수 없는)’.

와인스타인은 기네스 팰트로,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여배우부터 영화사 직원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여명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일은 간단했다. 차고 넘치는 돈과 막강한 권력이 있었으므로.

영화에는 그의 기행을 지켜봤거나 직접 피해를 입은 이들의 인터뷰가 담겼다. 제작진은 약 400명의 관련자와 접촉해 128명을 만났고, 9개월간의 설득 끝에 29명의 목소리를 실었다.

증언은 대개 겹친다. 호텔방으로 불러내 알몸으로 마사지를 요구하는 식이었다. 배역을 주겠다며 회유하고, 거부하면 이 바닥에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 겁박했다.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건 누구도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주지 않을 거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터져 나온 용기어린 고백들은 철옹성 같던 존재를 무너뜨렸다. 그렇게 우리는 깨닫게 됐다. 다윗과 골리앗처럼 약자도 얼마든지 강자를 이길 수 있다는 걸. 이후 SNS에는 ‘미투’ 운동이 번졌다. 전 세계 여성들이 연대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영화에서 와인스타인의 전 직장동료는 이런 말을 남긴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어요. 더 좋은 세상이 됐죠.” 여성 감독 우르술라 맥팔레인이 메가폰을 잡았다. 26일 개봉. 99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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