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사] “태양광 가격 보전 땐 국민 부담 우려”… 정부 시장 개입 딜레마

국민일보

[이슈&탐사] “태양광 가격 보전 땐 국민 부담 우려”… 정부 시장 개입 딜레마

<하> 소규모 사업자 확대 정책 난관

입력 2019-09-17 04:07
전남 해남군 달마산 자락에 2만2000㎡ 면적의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패널 너머로 해남군 북평면 산마마을 주민들의 주택이 모여 있다.

현재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정부가 시장가격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 과잉에 대한 근본 대책 없이 공기업인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의 부담만 높아져 결국 소비자인 국민이 피해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규모 사업자 확대 위주의 정책을 펴다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안정적으로 높이려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은 하락하는 게 맞지만, 정부를 믿고 사업에 뛰어든 소규모 업자들의 수익성 보장 요구를 마냥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난감한 입장은 최근 행보에서도 읽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거래소, 전력발전소 일부 등은 지난 10일 태양광 발전사업자와 업체 등으로 구성된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측과 간담회를 갖고 REC 가격 안정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발전사들에 3년간 유예해줬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량(20%)을 올 연말까지 풀고 해당 분량을 현물시장에서 매입토록 하겠다는 요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사들의 추가 부담은 한국전력공사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일단 수요를 늘려 가격 하락을 막겠다는 뜻이다.

협회 측은 REC 고정가격 장기 계약에 대한 요구도 했다. 소규모 사업자들은 REC를 현물시장에 팔지 않고, 대규모 발전사와 장기 계약을 맺어 고정가격에 팔 수도 있다. REC 미래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사업자들은 고정가격 계약 경쟁에 목을 매는 추세다. 그러나 장기 계약 역시 하락한 REC 가격이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REC 가격이 너무 떨어지자 하한선을 정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번 간담회 자리에서 협회 측은 발전사들이 중소 태양광 업체 일감을 위해 대규모 태양광 사업이 아닌 경우 사업을 포기하는 내용도 건의했다. 협회 측은 생산 물량을 거래할 수 있는 의무 기간(현 3년)을 없애고 정부에 REC 현물시장 가격 변동폭 ±10% 내 조정, 사이드카 제도 도입,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등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섣불리 손을 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논의된 내용은 모두 정부의 시장 개입을 의미한다. 넘쳐나는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데 부담을 발전사에 떠넘기는 것으로 결국 소비자 부담”이라며 “효율이 떨어지고 계통접속도 어려운 소규모 업자들을 양산하면서 그 부담을 발전사가 지라고 하는 건 도덕적 해이”라고 비판했다.

인위적으로 REC 수요를 높이거나 하한 가격을 정해두면 전기를 쓰는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우려도 있다. 박주헌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의무 발전사가 높은 가격에 REC를 사들이게 되면 수익 구조가 나빠지게 되고, 이는 모기업인 한전이 떠안게 된다. 한전의 적자는 시차를 두고 전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에너지대학원 교수도 “REC 하한가격이 실제보다 높게 책정되면 REC 시장에서 초과 공급이 발생하며, 이는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속도조절과 현실적인 목표 설정을 주문했다. 박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아직 태양광이라는 신재생에너지가 현실적으로 비용 경쟁력이 없는데 무리하게 목표를 세워서 끌고 들어오려다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히 평가해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는 RE100 캠페인도 대안으로 꼽힌다. RE100은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기업들의 캠페인으로 지난 7월 기준 전세계 185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역시 수요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책이다. 다만 RE100으로 REC 수요를 늘리는 방법 또한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강 교수는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지원 강화는 자칫 경제성이 떨어지는 다수의 소규모 사업자 양산을 초래하고, 이는 추가적인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영세 업자 지원 제도와 대규모 사업자 지원 제도를 조화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임주언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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