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넘어 보수결집 ‘황의 전쟁’

국민일보

조국 넘어 보수결집 ‘황의 전쟁’

황교안, 야당 대표 초유의 삭발 투쟁… 靑 만류에도 강행 反조국 동력 확보

입력 2019-09-17 04:0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하고 있다. 황 대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더 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삭발식 직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황 대표에게 삭발을 재고할 것을 요청했으나 소용 없었다. 권현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했다. 야당 대표가 청와대 인사에 반발해 삭발 투쟁에 나선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조국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당 대표 삭발이라는 초유의 카드를 통해 ‘반(反)조국’ 투쟁 동력을 확보하고 지지층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강기정 정무수석을 현장에 보내 삭발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황 대표는 1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삭발투쟁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일부 당직자들은 이를 지켜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10여분 만에 삭발을 끝낸 황 대표는 “저의 뜻과 의지를 삭발로 다짐하고자 왔다”며 “지금은 싸우는 것이 이기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자 조국은 자신과 일가의 비리, 이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를 감추기 위해 사법 농단을 서슴지 않았다”며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그 자리에서 내려와 검찰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황 대표와 소속 의원들은 자정까지 연좌농성을 했다. 한국당은 삭발 희망자가 쏟아져 릴레이로 삭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황 대표의 삭발은 보수 결집과 지지층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보수층에서 조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이를 위해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는 주문도 쏟아지는 상황에서 황 대표가 선봉에 나선 것이다. 조 장관 퇴진을 관철시키기 위해 ‘충격 요법’으로 투쟁력을 극대화한 조치이기도 하다. 아울러 같은 당 박인숙 의원과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연이은 삭발과 이학재 한국당 의원의 단식투쟁 등 달아오르고 있는 투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의원 삭발 이후 한국당 지도부의 ‘살신성인’이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정치인의 삭발은 강렬한 시각 이미지로 결기를 드러낼 수 있어서 예전부터 단식과 함께 주요 투쟁 수단이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의 삭발 투쟁이 유독 잦았다. 박대출 의원이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삭발을 한 데 이어 김태흠·성일종·이장우·윤영석 등 4명의 의원이 단체로 삭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삭발과 단식이라는 투쟁법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도외시한 채 정치공학적 셈법 아래 쓰인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이 대화로 타협점을 찾아가면서 한발 양보하기보다는 자기 진영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삭발이나 단식을 남용하는 모습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가 완전히 실종됐다. 정치가 없으니까 여당은 청와대만 따르고, 야당은 극단적인 삭발을 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삭발 직전 강기정 수석을 만났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강 수석이 황 대표에게 문 대통령의 염려와 걱정에 대한 말씀을 전하고 삭발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황 대표는 ‘조국을 사퇴시키라’는 말만 했다”고 전했다.

심우삼 김용현 임성수 기자 sam@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