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三公 정치를 보고 싶다

국민일보

[한마당-염성덕] 三公 정치를 보고 싶다

입력 2019-09-18 04:04

제갈량은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재상이다. 여러 명재상 가운데 한 명이 아니라 독보적인 존재다. 인구에 회자되는 주옥같은 어록도 남겼다. 유비의 삼고초려에 응한 제갈량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진언한다. 위력을 떨치고 있는 조조와 손권에 맞서기 위한 비책을 후발 주자 유비에게 제시한 것이다.

제갈량은 출정을 앞두고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올린 후출사표(後出師表)에서 국궁진력(鞠躬盡力)의 자세를 강조한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을 간절히 피력한 것이다.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평생 가슴에 간직한 명언이다. 유비가 유선을 보좌하되 무능하면 몰아내고 황제 자리에 올라도 좋다는 유언을 남겼으나 제갈량은 유약한 유선을 끝까지 보필한다. 그는 삼공(三公)으로 불리는 공개(公開) 공정(公正) 공평(公平)을 정책 기조로 삼았다. 모든 정책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공정하게 시행하면서 공평한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삼공은 정립(鼎立)해야 제 구실을 다할 수 있다.

문재인정부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외치면서 전혀 딴 길을 가고 있다. 조국 사태를 보면 이 정권이 표방한 ‘균등 공정 정의’를 ‘불균등 불공정 불의’로 대체해도 무방할 듯하다. 조국과 가족, 주변 인사들은 숱한 의혹에 휩싸여 있다. 조국 부인은 기소됐고, 5촌 조카는 구속됐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아 사퇴한 공직 후보자가 수두룩한데도 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정의와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인사 선례를 남겼다. 법무부는 조국 사태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을 배제하려고 했는가 하면 당정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 카드까지 꺼내들 태세다. 검찰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려는 작태다.

지식인들이 들고일어났다. 전·현직 대학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사회정의와 윤리가 무너졌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조국을 교체하지 않으면 강력한 반대 행동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우리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들이 제갈량의 길을 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말과 행동이 너무나 괴리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제갈량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만은 꼭 보고 싶다. 그래야 국민도 안심하고 생업에 열중할 것이 아닌가.

염성덕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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