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보기 싫다고 국회 멈춰 세워서야

국민일보

[사설] 조국 보기 싫다고 국회 멈춰 세워서야

장외·삭발투쟁 나선野,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심사숙고해야… 조국 사태 올인할 상황 아냐

입력 2019-09-18 04:01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의 강경 대치가 국회 파행으로 번졌다. 국회는 17일부터 사흘간 본회의를 열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을 예정이었으나 조 장관의 본회의 참석에 대한 여야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무산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피의자 신분’인 조 장관을 국무위원석에 앉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을 앞세운 야당의 민생 발목잡기”라며 파행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

이번 국회는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다. 의원들의 마음이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에 쏠려 있어 가뜩이나 부실 국회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데 국회가 초반부터 파행으로 얼룩지면 그 끝은 어떨지 보나 마나다. 과반의 국민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조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야당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조 장관이 물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은 과하다. 까도 까도 그치질 않는 조 장관 및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 노력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국회도 나서야 한다. 국회 보이콧은 그런 노력을 검찰에만 맡기겠다는 야당의 자기고백이다.

국회는 야당의 장(場)이다.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정기국회는 더 그렇다.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저버리고 강경 투쟁만 고집하는 건 오히려 야당에 손해다. 한국당은 어제 광화문에서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황교안 대표에 이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삭발투쟁 대열에 동참했다. 한국당의 각오와 결기는 십분 이해하나 이런 식의 전근대적 투쟁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조국 사태에도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를 안다면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정부·여당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장외투쟁만 고집할 게 아니라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번 국회에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법 등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법을 처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이 바뀌고, ‘정치검찰’이 ‘국민검찰’로 거듭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법이다.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 날림 심사로 이어질 게 확실하다. 설상가상 치사율이 100%에 가까운 아프리카돼지열병까지 발생했다. 조국 사태에 올인할 상황이 결코 아니다. 조 장관 문제는 그것대로 파헤치고, 개혁·민생 문제를 다루는데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