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판이란 재판 당사자를 이해시킬 수 있어야”

국민일보

“좋은 재판이란 재판 당사자를 이해시킬 수 있어야”

김영란 전 대법관 ‘판결과 정의’ 출간 간담회

입력 2019-09-17 20:10
김영란 전 대법관이 17일 신간 ‘판결과 정의’ 출간을 기념해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재판은 판결을 받으러 오는 당사자와 재판을 진행하는 판사들 사이에 이뤄지는 거잖아요. 판사들은 당사자에게 이런 느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당신이 처한 어려움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 법원이 도와줄 방법엔 이런 것들이 있다….’ 바로 이런 부분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좋은 재판이 이뤄진 거라고 할 수 있어요.”

김영란(63) 전 대법관은 17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좋은 재판’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04년 국내 최초 여성 대법관이 됐던 그는 6년간 대법관으로 일했고, 현재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자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간담회는 김 전 대법관이 펴낸 신간 ‘판결과 정의’(창비)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전작인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2015)가 대법관 재임 시절 내린 대법원 판결을 살핀 내용이었다면, 신간은 그가 퇴임한 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판결들을 파고든 작품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삼성 X파일 사건 등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판결이 다뤄진다.

김 전 대법관은 “판결을 통해 정의를 이야기해보자는 생각으로 쓴 책”이라면서 “법원이 내린 판결을 조금 거리를 두고 살펴봄으로써 독자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인상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예컨대 김 전 대법관은 대법관이 되고 나서야 “판결이 선택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두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책의 첫머리에 “전원합의체 판결을 대상으로 ‘대법관들이 자신에게 허용된 자유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분석해보았다”며 “그 결과 내려진 판결들이 가리키는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고 적어두었다.

간담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일부 기자는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시행 3주년을 맞은 소감을 묻기도 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신간 출간을 기념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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