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꽃보다 푸른 물결 위 양귀비꽃보다 붉은 마음

국민일보

강낭콩꽃보다 푸른 물결 위 양귀비꽃보다 붉은 마음

남강 따라 흐르는 경남 진주의 역사·문화 발자취

입력 2019-09-18 20:16 수정 2019-09-18 20:24
경남 진주 남강 둔치에서 해질녘 드론으로 내려다 본 진주성. 푸른 빛으로 흐르는 남강 변 절벽 위 촉석루 너머로 붉은 노을이 드리워져 있다.

경남 진주를 S자로 흐르는 남강은 경남 함양군 서상면 남덕유산에서 발원하는 남계천이다. 진양호에서 덕천강과 합친 뒤 동북동으로 유로를 바꿔 창녕군 남지읍에서 낙동강에 합류한다. 남강을 따라가면 김시민 장군의 진주대첩, 의기(義妓) 논개(論介)의 충절 등 유서 깊은 진주의 역사와 문화가 펼쳐진다.

남강변에 ‘진주 8경’ 가운데 하나인 진주성이 있다. 축성 연도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토성이었던 것을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1379년(고려 우왕 5년) 석성으로 고쳐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 직전인 1591년 외성을 쌓았으나 흔적이 없고 현재 내성만 복원돼 있다. 내성 둘레는 1760여m, 외성 둘레는 4㎞가량이다. 1972년 촉석문에 이어 75년에는 허물어졌던 서쪽 외성 일부와 내성 성곽을, 79년 성 안팎에 있던 민가를 철거하고 2002년 공북문을 복원했다. 1963년 사적 제118호로 지정됐다.

1592년 10월 임진왜란 3대 대첩 가운데 하나인 진주대첩이 벌어졌던 곳이다. 진주목사 김시민 장군이 3800여명의 군사로 왜군 2만여명을 물리친 승리의 역사와 이듬해 6월 왜군과 2차 전쟁이 벌어졌을 때 민·관·군 7만여명이 끝까지 항쟁하다 순절한 아픈 역사가 함께 서려 있다.

진주성의 대표적인 명소는 촉석루(矗石樓)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의 누대로 남강변 경치가 빼어난 절벽 위에 솟아 있다. 남장대나 장원루라고도 부른다. 전쟁 때 지휘본부, 평화 시절에는 관리들의 놀이터와 과거시험장으로 사용됐다. 1241년(고려 고종 28년)에 목사 김지대가 처음 지은 뒤 8차례 중건과 보수를 거쳤다.

촉석루는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꼽힌다. 1948년 국보 제276호로 지정됐으나 6·25전쟁 때 폭격으로 소실돼 1960년 다시 지어졌다. 정면 5칸, 측면 4칸 2층 형태로 사방에 벽이 없이 뚫려 있다.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청풍명월’ 구조다. 누각 돌기둥은 창원시 촉석산에서, 대들보는 강원도 오대산에서 왔다고 한다. 북쪽 현판 글씨는 영조 때 송하 조윤형이 썼다. 남쪽 글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이었으나 민주당이 집권한 뒤 판을 깎고 유당 정현복의 글씨로 바꿨다.

여행객이 앉아 있는 곳 바로 앞이 의암이다.

촉석루 아래 남강 가장자리에 의암(義巖)이 있다. 윗면은 가로 3.65m, 세로 3.3m로 편평하다.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성이 함락되자 1593년 6월 29일 의기 논개가 촉석루에서 벌어진 연회에 참석해 왜장을 이 바위로 유인한 뒤 두 팔로 끌어안고 남강으로 뛰어들어 순국했다. 왜장을 껴안은 손가락이 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10개 손가락에 가락지를 꼈다고 전해진다. 1629년(인조 7년) 정대륭이 바위벽에 ‘의암’이란 글씨를 새겼다. 2001년 9월 27일 경남도 기념물 제235호로 지정됐다. 의암 바로 위 ‘의기논개지문’이라 쓴 비각 안에 의암사적비가 있다.

촉석루 옆에 의기사(義妓祠)가 있다. 내부에 논개 초상이 걸려 있고, 처마 아래에는 다산 정약용의 중수기, 매천 황현 및 당대를 풍미했던 진주 기생 산홍(山紅)의 시판이 걸려 있다. 촉석문 앞에는 ‘아 강낭콩꽃보다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를 읊은 변영로의 ‘논개’ 시비가 남강을 바라보고 있다.

전망대에서 본 진양호. 왼쪽에 남강댐 일부가 보인다.

남강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진양호가 나온다. 1970년 길이 975m, 높이 21m의 남강댐 건설로 생긴 낙동강 수계 최초의 다목적 인공호수다. 낮에는 확 트인 넓은 호반 너머로 웅장한 지리산이, 아침에는 피어나는 물안개가 저녁에는 황홀한 노을이 수려한 풍광을 펼쳐놓는다. 양마산 편백림, 진양호 동물원, 진양호 일주도로, 남강댐 물문화관 등의 볼거리도 많다.

▒ 여행메모
토요일 오후 2시 진주검무 공연
내달 1∼13일 ‘남강유등축제’


촉석루에서 공연되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진주검무.

진주성 야외공연장과 촉석루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30분 간 진주시 무형문화재 토요상설공연이 열린다. 진주검무(劍舞)를 비롯 진주삼천포농악, 한량무, 진주포구락무, 신관용류 가야금산조, 진주오광대 중 2개 종목을 번갈아 무대에 올린다. 진주검무는 1967년 1월 16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됐다. 궁중무용의 하나였던 검무는 춤의 연출 형식, 춤 가락, 칼 쓰는 법 등이 옛 궁중의 그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8명으로 연희되고, 도드리 장단으로 시작해 타령곡 및 타령곡의 속도로 변화시킨 여러 곡이 사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다음달 1~13일 ‘진주남강유등축제’가 남강과 진주성 등에서 열린다.


진주에는 냉면이 유명하다. 평양냉면과는 다른 맛의 진주냉면(사진)은 육전과 달걀지단을 한가득 꾸미로 올린다. 비빔밥도 빼놓을 수 없다. 놋그릇에 하얀 밥과 육회, 숙주, 고추, 근대나물 등 다섯 가지 나물이 어우러져 일곱 가지 색깔의 아름다운 꽃 모양을 나타낸다.

연잎 가루와 치자 가루로 맛을 낸 진주빵과 흰콩 밤 견과류 등에 오징어 먹물을 넣고 구운 운석빵도 이색 먹거리다.

진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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