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오리무중… 추석연휴 친인척·야생 멧돼지 의심

국민일보

감염경로 오리무중… 추석연휴 친인척·야생 멧돼지 의심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파주 농가 바이러스 미스터리

입력 2019-09-18 04:02

한국의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원인은 현재 ‘미궁’에 빠져 있다. 바이러스가 전파된 경로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발병 농가는 외부와 격리된 시설을 갖춘 데다 잔반 대신 제조사료를 쓴다. 농장주 가족과 외국인 직원 4명은 해외 입출국 기록이 없다. 번식용 돼지를 키우는 곳이라 외부로부터 돼지 유입도 없다. 멧돼지 침임 방지 울타리도 설치돼 있다.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그나마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정황은 2가지 정도다. ASF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추정되는 시점이 추석 연휴라서 친인척이 농장주 집을 방문했던 점에서 ‘인적 경로’를 통한 전파를 의심할 수 있다. 지난 5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북한과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요건’도 고려할 수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의 농장은 창문이 없다”고 밝혔다. 외부와 아예 격리돼 있는 시설이라는 것이다. 도축장에 내다 파는 돼지를 키우는 곳이 아니라 번식용 돼지를 사육하는 농장이란 점도 감염 경로 파악을 어렵게 만든다. 도축용 돼지라면 외부에서 사 오거나 유입되는 물량이 있을 수 있다. 외부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반면 번식용 농장은 외부에서 돼지를 사들일 필요가 없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이 농장에선 1주일에 평균 150마리의 돼지가 태어난다.

감염된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 가능성도 낮다. 야생 멧돼지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접경지역 14개 시·군 소재 양돈농가에 울타리 설치를 지원했다. 이 농장이 위치한 파주 역시 지원 대상 지역이다.

돼지에 먹이는 사료를 통한 전파도 불가능에 가깝다. 농식품부는 바이러스가 잔존하는 남은 음식물을 사료로 쓸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해당 농장에선 남은 음식물 대신 사료회사에서 판매하는 제조사료를 사용했다.

여기에다 돼지와 접촉이 빈번한 농장주나 근로자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국을 다녀온 뒤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로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장주 가족은 최근 해외여행 기록이 아예 없다. 네팔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4명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발병국인 중국 베트남 몽골 등에서 불법 수입한 돼지고기 가공식품을 먹었을 확률도 낮다. 국내에 유입된 중국산 순대·육포 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하지만, 네팔 출신 근로자들은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이에 방역 당국은 유력한 감염 시점으로 추정되는 ‘추석 연휴’에 주목한다. 농장주 가족을 찾아왔던 친인척이 중국 베트남 등을 여행했었다면 바이러스를 묻혀서 왔을 수 있다. 야생 멧돼지와의 접촉 확률도 완전한 0%는 아니다. 해당 농장은 한강하구에서 3㎞ 이내에 있다. 한강하구는 철책으로 가로막힌 다른 지역과 달리 야생동물이 남북을 오갈 수 있는 통로로 꼽힌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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