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합병론… 결국 없던 일로?

국민일보

산은·수은 합병론… 결국 없던 일로?

기재부 1차관, 합병론 일축… 금융위원장 “산은회장 사견일뿐”

입력 2019-09-18 04:02

양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합병론이 쑥 들어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이른바 ‘산·수 합병론’을 꺼낸 지 1주일 만이다. 일각에서는 정책금융기관의 구조조정 필요성이 드러난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17일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산은과 수은 통합론을 언급하면서 “고유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합병론을 일축한 것이다. 김 차관은 “정부가 2013년 마련한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르면 산은은 대내 금융 특화기관이고, 수은은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이라며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각 기관이) 보유한 핵심기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수 합병론’은 지난 10일 이 회장의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기됐다. 이 회장은 “정책금융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앞으로 면밀히 검토해 산은과 수은의 합병을 정부에 건의해볼 생각”이라고 말했었다. 두 기관이 합병하면 더 강한 정책금융기관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사견임을 전제했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다.

당장 합병 대상으로 지목된 수은이 반박했다. 합쳐지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ECA 지위가 위협당하고, 자칫 수출 보조금 지원 대출이 막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은 노조에서는 이 회장을 겨냥해 ‘낙하산 회장’ ‘경영능력 부재’ 등의 격한 용어를 쓰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수은 쪽에 힘을 실어줬다. 은 위원장은 지난 16일 전자증권제도 시행 기념식을 마친 뒤 “그분(이 회장)이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하셨지 않느냐”며 “아무 의미 없는 얘기다. 더 이상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기재부 출신인 은 위원장은 직전에 수은 행장을 지냈다.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기재부가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합병론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하지만 금융권의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히는 이 회장의 발언이 아무런 맥락 없이 나왔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기업금융 지원 등의 분야에서 두 기관의 업무·기능은 일부 겹치기도 한다. 이를 합쳐서 인력·예산을 효율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보자는 게 이 회장의 구상이다. 정책금융 구조조정에 대한 여권의 구상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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