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칼뺀 진격의 마크롱, 각료들에 “더 일하라”

국민일보

연금개혁 칼뺀 진격의 마크롱, 각료들에 “더 일하라”

프랑스 전역, 연금개혁 반대시위

입력 2019-09-18 04:05
프랑스 전국변호사협회(CNB) 소속 변호사들이 16일(현지시간) 파리 시내 가르니에 극장 앞에서 검은색 법복을 입은 채 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 곳곳에서는 변호사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프랑스 정부의 연금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의사를 피력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프랑스 전국변호사협회(CNB) 소속 변호사들은 이날 가르니에 극장 앞에 검은색 법복을 입은 채 모였다. 전국에서 상경해 시위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정부가 준비 중인 새 제도가 “부담금을 배로 늘리게 될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보건의료 노조의 의사들과 간호사들 역시 “열악한 업무환경에 대한 보상으로 수십년간 인정되어온 조기퇴직이 사라지고 근무연수가 늘어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정부는 42개에 달하는 복잡한 연금체계를 간소화하고 부담금을 늘리는 대신 지급액을 줄이는 방향의 연금제도 개편을 준비 중이다. 노사를 상대로 석 달간 집중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도 파리 지하철 노조가 연금 개편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여 수도권 곳곳에서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2007년 이후 대중교통 파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16개 노선 가운데 10개 노선의 운행이 중단됐다. 버스·트램 등도 상당수 파업에 동참했다. 집권 3년차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일하는 프랑스’를 외치며 사회 전반에서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그가 밀어붙인 것은 노동 유연성 강화와 노동인력 고급화를 골자로 한 노동 개혁이었다.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한 것이지만 덕분에 프랑스 경제가 ‘저성장 고실업’의 늪에서 빠져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는 지난해 말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잠시 주춤했다. 2022년까지 공무원과 교사 등 전체 공공부문 인력 감축 목표를 기존의 12만명에서 8만5000명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개혁 드라이브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연금 개편은 그가 노동 개혁에 이어 메스를 댄 분야다.

일간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일과 11일 두 차례 엘리제궁에서 국정 개혁 세미나를 직접 주재하면서 각료들에게 효율적으로 더욱 많이 일할 것을 요구했다. 주요 국정과제의 추진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는 애플리케이션(앱)까지 도입했다. 그는 “각료 전원을 물갈이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면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교체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각자 맡은 직무에 의미를 부여하고 개혁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점검해 적극 홍보하라”고 지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들고나온 앱은 연금 개혁과 바칼로레아(대입자격시험) 개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비, 노동시장 개편 등의 항목을 클릭하면 정부가 제시한 목표의 달성 비율이 표시되는 것으로 정부 관료들만 이용할 수 있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세미나를 주재하면서 관료사회를 강도높게 질책한 것은 추진 중인 국정과제의 당위성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에서의 재선도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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