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30년 전 그놈, 감옥에 있었다

국민일보

‘살인의 추억’ 30년 전 그놈, 감옥에 있었다

9명 살해 엽기사건 용의자 확보

입력 2019-09-19 04:04 수정 2019-09-22 17:28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경기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제작되는 등 국민적 관심을 끌었으나 30여년간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국민일보DB

영화 ‘살인의 추억’ 소재이자 30여년 동안 범인이 잡히지 않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병이 경찰에 확보됐다. 피해자 속옷에 남아 있던 50대 남성의 유전자(DNA)가 확보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그러나 처제 강간·살인죄로 20년째 수감 중인 이 남성이 진범으로 최종 확인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8일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50대 A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 DNA가 화성연쇄살인 피해자의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지난 7월 중순 이 사건 기록을 정밀 검토한 뒤 증거물 재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최첨단 DNA 분석기술로 피해자 속옷에서 DNA가 검출되자 국과수에 곧바로 전과기록 등을 가진 범법자들의 DNA와 비교를 다시 의뢰했다. 경찰은 국과수로부터 일치하는 대상자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곧바로 부산의 한 교도소에 수감된 A씨 신병을 확보해 나머지 다른 사건 범행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가장 유력한 물증을 확보한 만큼 다른 증거물에 대해서도 재감정을 의뢰하고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80, 90년대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발생 당시에도 사건 현장에서 범인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와 6가닥의 머리카락 등 증거물이 확보됐지만, 당시로선 과학적으로 이를 분석할 인력과 장비가 없어 실체가 밝혀지지 못했다. 피해자들의 사체에서 채취한 정액 샘플도 오염돼 물증을 끝내 얻지 못했으며,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들이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당시 경찰이 제작한 용의자 몽타주 수배 전단.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86년 9월 15일부터 91년 4월 3일까지 경기도 화성시(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10명의 부녀자들이 성폭행당한 채 살해된 엽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86년 딸의 집에 다녀오던 70대 여성이 살해된 걸 시작으로 91년 역시 딸의 집에 다녀오던 60대 여성이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게 마지막이었다. 10건의 사건 중 8번째 사건의 범인은 다른 남성으로 드러나 A씨는 나머지 9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피해 여성들의 잇따른 실종과 사체 발견 자체에도 충격이 컸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다른 강력·살인사건에서는 목격되지 않던 잔인한 범행 수법과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듯 화성을 중심으로 반복된 살인 패턴이었다.

경찰은 2006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전까지 연인원 205만명을 투입했지만 끝내 검거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이형호군 유괴사건’과 함께 국내 3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사건은 2003년 개봉된 영화 ‘살인의 추억’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수원=강희청 박구인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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