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적 개혁파 설교… 교회 회복의 실마리 될까

국민일보

체험적 개혁파 설교… 교회 회복의 실마리 될까

설교에 관하여/조엘 R 비키 지음/송동민 옮김/복있는사람

입력 2019-09-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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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본문만 던져놓고 자신의 주장만 펼치는 설교, 지식만 채우는 설교, 지나친 감정에 호소하는 설교,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나 뉴스를 전하는 설교,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부추기며 신자들을 분열시키는 강단….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설교 위기의 단면이다. 종교개혁가들은 설교로 하나님과 청중을 연결시켰고 구원의 복음을 선포했다. 한국교회 강단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은 하나님과 복음이 단절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혜의 체험에서 나오는 생명력 넘치는 개혁주의 설교자로 알려져 있는 조엘 비키 목사의 책이 회복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까.

책은 미국 퓨리턴 리폼드신학교 총장이자 조직신학 및 설교학 교수이고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헤리티지 화란개혁주의교회 담임목사인 저자가 40년간 펼친 설교 사역의 역작이다. 저자는 761쪽의 책에서 ‘체험적 개혁파 설교’를 상세히 소개한다. 압권은 최초의 개혁파 설교자였던 16세기 울리히 츠빙글리부터 20세기 마틴 로이드 존스까지 이어지는 인물들의 설교와 삶을 드러내줄 때다. 저자는 개혁파 설교자들의 전통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낸다.


체험적 개혁파 설교란 16~17세기 종교개혁과 청교도 운동을 촉발하고 지속시켰던 설교다. 목사 개인의 체험을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근거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한다. 이를 위해 항상 성경의 구체적인 본문을 갖고 설교하면서 하나님이 본문에서 무엇을 말씀하셨으며 그 진리가 회중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드러낸다. 이 설교자는 열정적이며 기도하며 진실하며 성장하는 설교자다. 자기를 부인하며 그리스도를 위해 쇠퇴하는 설교자다.

츠빙글리는 1519년 그로스뮌스터의 설교자로 사역을 시작했다. 마태복음 1장부터 설교하면서 4세기 교부였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선례를 따랐다. 소위 ‘렉티오 콘티누아’라고 불리는 ‘연속적인 공적 낭독’ 관행을 대중화했다. 이는 오늘날 강해 설교에 해당한다. 츠빙글리 사역의 핵심은 그가 성경을 설교했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말씀의 메시지를 권위 있게 선포한 뒤 그 내용을 회중의 심령에 적용했다. 츠빙글리는 설교할 때마다 “주께서 이같이 말씀하십니다”라고 선포했는데 청중은 이 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다.

츠빙글리를 계승한 불링거는 성경 66권 가운데 53권을 적어도 한 번 이상 처음부터 끝까지 설교했다. 특히 그의 설교 중 50편을 엄선한 ‘데카데스’는 칼뱅의 ‘기독교 강요’보다 더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불링거 역시 성경을 충실히 선포하고 그 메시지를 회중의 마음에 생생히 적용했던 위대한 설교자였다고 평가한다.

칼뱅은 설교를 ‘모든 일 가운데 가장 탁월한 사역’으로 불렀다. 칼뱅은 교회 안에서 설교 사역보다 더 중요하거나 영광스러운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칼뱅은 주일 아침에 신약을, 주일 오후엔 시편, 주중 새벽엔 구약을 설교했다고 한다. 칼뱅은 고대 교회의 강론과 비슷한 설교방식을 취했으며 각 본문의 의미를 드러내는 한편 그 의미가 회중 자신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칼뱅의 설교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풍성한 적용이 담겨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인물은 방대하다. 츠빙글리 불링거 외콜람파디우스 칼뱅 베자 등 개혁가들을 비롯해 퍼킨스 로저스 십스 프레스턴 굿윈 셰퍼드 버니언 등 청교도 설교자들을 보여준다. 이어 떼일링크와 판 로덴슈타인, 아 브라켈, 프렐링하이즌 등 네덜란드 개혁파 설교자, 핼리버턴 에드워즈 데이비스 알렉산더 맥체인 라일 등 18~19세기 설교자, 그리고 비세와 로이드 존스 등 20세기까지 다룬다.

리폼드신학교 싱클레어 퍼거슨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 책 읽기를 막 마쳤을 때, 오랫동안 잊고 있던 칼뱅의 공부 방식이 떠올랐다”며 “비키는 스스로 언급하는 내용을 정말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독자에게 전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썼다.

칼뱅은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 동안 배운 내용을 마음속으로 전부 되새겼으며 이튿날 아침에는 전날 공부한 내용을 마음속으로 모두 정리하기 전까지 침대 바깥으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책 첫 장을 여는 순간부터 퍼거슨 교수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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