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확산, 농장 중심 초기 방역만으론 차단 역부족”

국민일보

“ASF 확산, 농장 중심 초기 방역만으론 차단 역부족”

전문가들, 사료 공급망 등 통해서 얼마든지 전국으로 번질 수 있어

입력 2019-09-20 04:01
방역 관계자가 19일 경기도 연천의 한 돼지농가에서 출입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응하려면 정부의 초기 방역 체계를 지역 중심에서 광역 단위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긴급행동지침(SOP)’에 맞춰 발병 농장을 중심으로 초기 방역만 해서는 ‘이동 경로’를 따라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막을 수 없다. 도축장 이동망, 사료·소독제 공급망을 타고 얼마든지 전국으로 가축전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 방역을 할 때 광역 단위 방역까지 자동으로 가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추가 발생 신고가 들어오지 않자 19일 오전 6시30분을 기해 가축의 전국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해제했다. 지난 17일 파주에서 확진 사례가 나오자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 농장, 도축장, 사료공장의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었다.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의 두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발병 농장 간 관련성은 물론 농장에 방문한 차량이 어느 지역을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발생 농장을 방문한 사료업체 차량이 언제 해당 농장을 방문했는지, 다른 지역 농장을 얼마나 방문하고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아직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가와 역학적 상관관계가 있는 농가는 총 430곳에 달한다. 발병 농가가 위치한 경기도는 물론 인접한 강원·충남·충북 외에 전남·경북의 농가 등도 포함됐다. 사실상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가능 지역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발병과 동시에 전국적 방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초기 대응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꼬집는다. 발생 농장 중심의 초기 방역은 바이러스 확산세를 저지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정부의 초기 긴급 방역조치 대상은 발생 농장, 발생 농장으로부터 반경 500m 내 관리지역 농장이다. 이후 사안에 따라 광역 단위로 방역 범위를 늘린다. 정부는 지난 18일 파주와 연천, 김포, 포천, 동두천, 철원 등 6개 시·군을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점 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들 지역 밖으로의 이동을 차단키로 했다.

그러나 그동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농장을 오간 사료 운반차량, 소독약품 운반차량, 도축장 운송차량 등이 전국을 오가며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국내 사료·소독약품 판매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해 자체 방역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축산 전문가는 “한 농장에서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면 그 농장에서 사용한 사료의 생산업체, 소독약품의 공급처 등을 최대한 빨리 방역해야 한다. 사태 발생과 동시에 전국에서 방역이 이뤄지고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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