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핵 협상에 돌출한 ‘트럼프 탄핵 리스크’

국민일보

[사설] 북·미 핵 협상에 돌출한 ‘트럼프 탄핵 리스크’

입력 2019-09-27 04:05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대권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가 연루된 의혹을 조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하원 차원의 탄핵 조사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실제 탄핵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하원에선 민주당이 의석의 절반이 넘는 235석을 갖고 있어 탄핵안 통과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원 100명 중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 상원에서 민주당은 47석 밖에 없다. 탄핵안 가결 가능성은 제로(0)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탄핵 소추 절차가 진행된 사례가 3건 밖에 없다며 트럼프에 대한 탄핵 조사 개시의 역사적 의미에 주목했다.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에 상당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탄핵 절차에 직면했던 3명 중 1868년 17대 대통령 앤드루 존슨과 1998년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으나 가까스로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1973년 민주당 대선 캠프 도청사건인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탄핵에 직면했던 리처드 닉슨은 탄핵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할 것이 확실시되자 이듬해 스스로 사임했다. 트럼프로서는 상원 가결 여부와 관계없이 대선을 1년 정도 남긴 상황에서 탄핵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 자체가 선거전에서 현직 대통령이 누릴 이점을 상당 부분 없앨 수 있다.

특히 한반도 등 대외관계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지금 미국과 북한은 ‘새로운 방식’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가 탄핵 소용돌이에 휩쓸리면 트럼프는 북핵 등 대외 현안을 잠시 미뤄두고 국내 정치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협상이 국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가 정치적 위기의 돌파구로 삼기 위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 등 국제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다. ‘트럼프 탄핵 리스크’가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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