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로 살다가 에이즈 걸린 청년, 지난날 청산하고 강사됐다

국민일보

동성애자로 살다가 에이즈 걸린 청년, 지난날 청산하고 강사됐다

김지연 약사의 ‘덮으려는 자 펼치려는 자’ <15> 에이즈 감염인과 치료제

입력 2019-10-01 00:03
  • 미션라이프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인 김지연 약사가 지난 3월 서울 서초구 백석대 대학원에서 열린 채플에서 젠더 이데올로기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A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8년간 동성애자로 살다가 에이즈에 걸린 젊은 남성이었는데 깊은 후회와 자책감을 갖고 있었다. 특히 2016년 필자의 강의를 듣고 동성애자 생활을 청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실천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A씨와 대화를 나눈 뒤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에이즈 진단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처방받은 치료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HIV/AIDS 감염을 완치하는 방법은 없다. 소위 에이즈 치료제라고 불리는 30여 가지의 약도 레트로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약물이다. ‘완치’시키는 약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들 약물로 조기 치료를 받음으로써 질병의 진행을 늦출 뿐이다. 그러므로 일정 기간 항생제를 복용해 매독을 완치하듯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면역체계가 심하게 손상되지 않았을 땐 에이즈 치료제를 복용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물론 타인에게 에이즈를 전염시키는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 현재 30여종의 에이즈 치료제가 개발돼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같은 약효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규칙적인 약 복용이 치료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 요인이다.

HIV/AIDS는 조기에 관리를 시작해야 본인과 타인에게 유익하다. 조기에 치료하면 면역기능 저하 및 합병증을 줄여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항바이러스제 복용으로 체액 속에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되면 타인에 대한 감염력도 현저히 감소된다. 정량의 약을 정시에 먹지 않으면 체액 속 바이러스 농도가 상승하고 이는 본인에게 치명적일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감염력도 급증한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의 ‘HIV 약제내성 보고서(HIV drug resistance report)’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치료제에 약제내성을 띠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정 약물에 약제내성을 띤다는 말은 쉽게 말해 약이 더 이상 듣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바이러스가 특정 약물에 내성을 띠게 되면 더 강한 약물로 대체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전 세계 HIV 감염인들은 대한민국의 감염인들처럼 정기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만 해도 2015년 기준 HIV 감염을 진단받은 그룹의 절반 이하만 정기적인 치료를 받을 뿐이라고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했다. 이 말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감염인이 미국에만 60만명 가까이 있다는 뜻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혈중 HIV 농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면역력이 파괴되고 바이러스 전파력이 높아진다. 다른 원인 없이 혈중 HIV의 RNA 수치가 증가하면 CD4+ 림프구 수에 상관없이 약물 요법의 실패를 의미한다.

약물동역학은 약물의 화학구조와 생리적 활성관계 및 약물의 용량과 생체반응 관계를 생리적, 생화학적 작용·효과 면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에이즈 치료제는 항생제와 함께 약물동역학에서 ‘약물 농도 유지창(therapeutic range)’을 잘 지켜야 하는 대표적 약물 중 하나다. 그렇지 않으면 약효감소, 약제내성의 발현 등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져 감염인의 상태가 악화된다. 항바이러스제제 투여 시 혈중 약물 농도 유지의 중요성은 약학에서 매우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국제에이즈학회는 제18회 국제에이즈회의에서 전 세계 12개국 HIV/AIDS 감염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0 생명을 위한 에이즈치료 국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0년 3개월에 걸쳐 북미, 남미, 유럽, 아프리카, 한국 등 2000명 이상의 18~65세 HIV 감염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HIV 감염자 대부분이 치료 도중 약물 부작용을 경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한국에선 감염인의 63%가, 외국에선 66%가 ‘약을 바꿨다’고 밝혔다.

에이즈에 걸리면 장기간 다양한 약물을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부작용을 경감하기 위해 ‘에그리프타’나 고지혈증 치료제 등을 추가로 복용한다. 제약회사인 한국엠에스디가 2013년 9월 ‘HIV 바로 알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국내 HIV 감염인 1500명을 대상으로 ‘에이즈 질환 인식과 치료제 복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치료제 복용 후 40.2%가 간기능 장애를, 30.5%가 대사질환을, 18.3%가 ‘지방이양증’을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15.9%는 신장 이상을 꼽았다.

A씨에게 에이즈 치료제의 부작용을 인지해야 하지만, 부작용만 과하게 걱정하고 치료제 복용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약물이 나올 테니 일단 최대한 건강을 유지해 보자”고 신신당부했다. 얼마 후 A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진심 어린 상담과 강의에 고마움을 표하며 마침내 동성애자의 삶을 청산했다고 했다. A씨는 이제 동성 간 성행위의 문제를 알리는 강사가 됐다. 감사하게도 그는 현재 비교적 건강한 상태며, 필자에게 자주 안부를 전하고 있다.

김지연 약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