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극단선택은 개인 문제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

국민일보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극단선택은 개인 문제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

<2부> 빌드업 생명존중문화 ⑤ 경북도의 생명 살리기 캠페인

입력 2019-10-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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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달 25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경북도의 생명 존중 캠페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교회 집사다. 신앙인으로 평소에도 생명 존중 활동에 관심이 컸다. 경북도가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도 이런 관심이 반영된 결과다. ‘한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긴다’는 성경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생명 지킴이’로 나선 이 지사를 지난달 25일 경북 안동 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지사는 평소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잠바를 즐겨 입는다. 이날도 양복과 비슷한 모양의 잠바를 입고 있었다. 왼쪽 가슴에는 ‘새바람 행복 경북’이라는 구호가 적힌 패치가 붙어 있었다. 집무실엔 멸종된 공룡 모형까지 가져다 놨다. 변하지 않으면 멸종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이 지사의 아이디어였다.

이 지사는 도내 자살률을 낮추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극단적 선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수 없습니다. 국가와 지역사회 모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죠. 경북도 역시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통감하면서 생명 존중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수차례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아우른다. 하지만 산하 시·군 중 정신 의료 기관이 없는 곳이 7군데에 달한다. 기초정신건강 복지센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도 많아 기반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12개 시·군에 기초정신건강 복지센터를 세웠다. 내년 중엔 경북의 모든 시·군에 설치를 완료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경북도는 촘촘한 생명망 구축을 위해 정신보건 기관과 경찰, 소방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협업하는 협의체도 운영하고 있다.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모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북도의 자살률은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 지사도 이 부분에 공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경북도에서는 하루 평균 2.2명이 목숨을 스스로 끊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생명 사랑 마을 조성 사업’처럼 생명 존중을 상식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살기 좋은 경북도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지사는 자살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하는 일을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약이나 번개탄도 도가 나서서 관리한다. 이 지사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극단적 선택에 사용된다”면서 “쉽게 접근하는 걸 막기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경북도는 번개탄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생명 사랑 실천가게’ 133개소를 지정했다. 생명 사랑 숙박업소 40개소도 지정해 자살 고위험군을 관리하고 있다.

경북도가 준비 중인 데이터에 기반을 둔 생명 사랑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최근 5년 동안 경찰청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 원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 결과가 나오면 자살 사망자 특성을 활용한 예방사업을 시행하려 합니다. 고위험군을 발굴해 집중 지원할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그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새 생명을 돌봐달라고 당부했다. 낙태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임신 초기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며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헌재 판결 이후 아직 법개정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자살자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새 생명을 살리고 돌보는 일에도 경북도가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 일에는 교회들이 함께해 주셔야 합니다. 기독교와 생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닙니까. 한 생명을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따라 교회가 어린 생명을 품는다면 해외 입양과 같은 부끄러운 뉴스도 사라질 거라 봅니다. 생명 지키기의 최전선에서 교회가 큰 역할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보건소가 지난 7월 보건소에서 진행한 ‘보고 듣고 말하기’ 자살예방교육 수료생들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정신건강 복지센터가 지난달 안동 중앙문화의거리에 설치한 홍보부스 모습. 경북도가 한 가정에 설치한 농약보관함. 포항시 남구의 생명의전화(위부터 시계방향). 경상북도청 제공

▒ ‘생명 그물망’ 통한 예방 사업
‘생명 지킴이’ 10만명 양성해 고위험군 조기 발견 최우선


경상북도가 생명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본인의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가족과 친지, 사회에도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다.

도는 지난 1월 ‘자살예방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생명 그물망’ 조성에 착수했다. 생명존중 문화의 확산과 정착은 경북도에 특히 절박한 과제다. 도의 자살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도민은 790명이었다. 하루 평균 2.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인구 10만명 당 29.6명이 자살을 한 것인데 이는 전국 평균 26.6명을 웃돈다.

도는 ‘자살로부터 안전한 마음건강 경북 만들기’를 기치로 내걸고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안전망의 1차 목표는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 도민을 조기에 찾는 데 뒀다. 이를 위해 ‘생명 지킴이 10만명 양성’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자살 사망자의 92%가 사전에 경고를 보낸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이들은 죽음에 대해 직접 언급하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언어, 행동, 정서적 변화를 보인다고 한다.

도는 생명나눔실천본부와 협력해 방문서비스 종사자나 공무원, 교사 등을 대상으로 생명 지킴이 교육을 하고 있다. 과정을 수료한 이들에게는 생명 지킴이 자격을 부여한다. 올 상반기에만 1만7468명의 생명 지킴이를 배출했다. 이들이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 도민을 발견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도내 572개의 생명 사랑 병·의원과 약국이 또 다른 울타리 역할을 한다. 의료진은 자살 위험군에 속했다고 판단되는 도민이 내원했을 때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도록 안내한다. 촘촘한 생명 그물망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비극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농약 관리도 강화했다. 경북은 도농복합지역으로 다른 지역에 비교해 농약 음독자살률이 높다. 경북도는 농약 음독을 막기 위해 2015년부터 ‘농약 안전 보관함’을 보급하고 있다. 그동안 4228가구에 보관함을 설치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음성장학교’도 운영한다. 도내 87개교가 마음성장학교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다. 2017년부터 대학생 정신건강 박람회도 열고 있다. 그동안 6개 대학에서 6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자살 재시도를 줄이기 위해 도내 응급 의료기관과 협력해 자살 시도자도 관리하고 있다. 자살을 시도했던 이가 1년 내 자살을 재시도하는 비율이 무려 16%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들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보다 20배나 높다고 한다.

도는 포항세명기독병원, 경주 동국대병원, 안동병원에 생명사랑 위기대응센터를 구축하고 35개 의료기관과 협력체제를 마련했다. 자살 시도자가 응급실에 오면 응급처치 후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지역 기초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해 지속적인 정신건강 상담과 관리를 받도록 돕는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도민을 위해서는 1인당 100만원까지 치료비도 지원한다.

안동=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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