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원준 칼럼] 검찰 개혁이란 무엇인가

국민일보

[태원준 칼럼] 검찰 개혁이란 무엇인가

입력 2019-10-04 04:01

검찰 개혁을 외쳐 온 본래의 뜻과 방향은
①권력으로부터 독립 ②비대한 권한의 분산이었다
검찰이 권력을 추종하니 개혁하자던 주장, 지금은 권력에 대드니
개혁해야 한다로 변질… 기괴한 모순덩어리가 됐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고, 조국 법무장관이 그렇고, 여당 국회의원들이 다 그렇게 말한다. 지난 주말에는 서초동에 아주 많은 사람이 모여서 “검찰 개혁”을 외쳤다. 심지어 나도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도 많은 사람이 얘기하다보니 ‘검찰 개혁’은 거의 고유명사가 됐다. ‘서울’이나 ‘한강’처럼 서울을 왜 서울이라 하는지, 한강을 한강이라 부르는 의미는 무언지, 물을 필요도 없고 따지는 게 오히려 어색한 단어가 돼버렸다. 검찰 개혁이 ‘조국 사수’의 동의어나 ‘조국 수사’의 반대말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구호가 되기 전에 가졌던 본래의 뜻이 있을 것이다. 개혁을 말하게 된 폐단과 개혁이 가리키는 지향점. 진영 전쟁의 광기가 우리의 사고를 더 마비시키기 전에 차분히 생각해봤으면 한다. 도대체 검찰 개혁이란 무엇인가.

먼저 이 질문을 던져보자. 검찰은 보수일까 아니면 진보일까? 그들에게 이념은 없다. 검찰은 권력의 편이었다. 심지어 독재의 편인 적도 있었다. 이명박정부의 검찰이 보수여서 노무현 대통령을 수사했고 문재인정부의 검찰이 진보여서 적폐수사에 매달렸을까. 권력의 입맛을 알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2011년 출간된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에는 검찰의 문제점이 잘 정리돼 있다. 책의 구성이 그것을 말해준다. 제1부는 역대 정권에서 조작·은폐·왜곡된 수사의 사례를 담았고, 제2부는 세계에서 가장 세다는 한국 검찰의 권한을 해부했다. 책에 등장한 사례는 대부분 ‘권력추종형 수사’라는 카테고리로 귀결된다. 출간 당시 정권의 예만 봐도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무리하게 기소해 결국 무죄 판결이 나온 정연주 사건, 정부와 반대 주장을 펴는 인터넷 논객 수사를 강행해 역시 무죄가 됐던 미네르바 사건, 대통령의 사돈 기업과 친구에게 너무 솜방망이였던 효성 사건과 천신일 사건 등이 다 그렇다. 경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치고 정권에 맞추지 않는 곳은 사실 없을 텐데, 유독 검찰이 문제인 건 권한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책은 지적했다.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독점권, 기소독점권, 기소재량권을 다 가졌다. 그래서 김학의 사건처럼 경찰은 동영상 인물이 그 사람 맞는다는데 대놓고 아니라고 뭉갤 수 있었다. 이런 힘을 가졌으니 스폰서가 달라붙어 진경준 주식대박 같은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 책은 참여연대와 인권실천시민연대 등 진보 진영 인사 4명이 썼다. 그들이 1부와 2부에서 검찰공화국을 분석하며 제시한 개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①권력으로부터의 독립 ②비대한 권한의 분산. 진보 진영이 말해온 검찰 개혁의 본뜻은 이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게 하자는 것, 권한이 한곳에 쏠리면 오염되기 마련이니 분산시키자는 것은 진영 논리로 치부할 수 없는 합리성을 갖고 있다. 아무리 보수라 해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이고, 만약 부정한다면 그 사람이 틀린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②번부터 시작했다. 저 책의 방향대로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어 검찰 권한을 넘겨주고 수사권을 조정해 경찰에 또 넘겨주는 개혁안을 국회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보완이 필요하나 제도적 골격은 갖췄고 취지도 담겼다. 이제 해야 할 것은 ①번일 텐데 여기서 궤도를 벗어나 버렸다. ‘검찰공화국…’ 저자들은 검찰에 대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정부의 천정배 장관이 처음 발동했던 이 권한을 없애자고 한 까닭은 “장관이 정치적으로 편향됐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만큼 수사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배척해야 검찰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조국 사태가 검찰 수사로 이어졌을 때, 정권은 아프고 분해도 참았어야 했다.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 것은 권력의 수사 개입을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렇게 단추 하나를 잘못 꿰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란 명제를 내던지는 통에 검찰 개혁은 기괴한 모순덩어리가 됐다. 검찰이 권력을 추종하니 개혁하자던 것인데 검찰이 권력에 대드니까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돼버렸다. 대통령이 파격을 거듭해 발탁한 검찰총장을 여당이 정치검사로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엄정한 수사를 주문했던 대통령은 두 달 만에 절제된 수사를 지시하며 얼굴을 바꿔야 했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 중인 검사를 여당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만들어야 했다. 적폐수사를 독려했던 특수부는 다 없어져야 마땅한 개혁의 걸림돌로 전락시켜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관 가족의 입시 의혹이 들춰낸 공정의 문제가 묻혀버려야 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선 장관을 지켜야 하고 그러려면 그 의혹은 별것 아니라고 깎아내려야 하는 불행한 논법이 성립됐고, 유시민씨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런 모순에 동의하지 못하는 많은 국민에게 그냥 수긍하라고 진영의 힘을 앞세워 밀어붙이는 중이다. 이렇게 해서 결국 검찰 개혁이란 것이 이뤄진다 해도 나는 그것을 환영할 수 없다.

태원준 논설위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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