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53·끝)]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

국민일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53·끝)]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

“탈북에 평생 쓸 에너지 다 쓴 아이들… 안아주고 통일 씨앗 되도록 교육해야”

입력 2019-10-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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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숙 여명학교 교감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파로 학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탈북민 학생을 위한 5가지 교육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2015년 동독 출신의 요아힘 가우크 전 독일 대통령이 여명학교를 방문해 ‘통일 후에 보니 동서독의 문화와 교육이 너무 달랐다. 동독 시민들이 통일 과정에 역할을 못 한 게 아쉬웠다. 서독 문화에서 동독 주민이 어떤 점을 힘들어하고 무엇을 교육받아야 하는지 미리 알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한국은 이런 교육을 해서 다행’이라고 하셨어요. 많은 위로가 되었지요.”

북한이탈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의 조명숙(49) 교감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소파로 학교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조 교감은 그전까지 ‘남한에서 탈북민끼리 섬을 만드는 것 아니냐’ 등의 우려를 받았으나 직접 통일을 경험한 전 독일 대통령의 말이 학교를 이끄는 데 많은 참고가 됐다고 했다.

조 교감은 1993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파키스탄 이주노동자를 도운 것을 계기로 이주노동자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난 남편과 해외에서 탈북민을 남한으로 입국시키는 일을 했다. 탈북민을 구하려다 죽을 고비도 수차례 넘겼다. 2003년 탈북민 야학인 자유터학교를 운영하다 2004년 여명학교 개교 때부터 몸담고 있다.

조 교감은 지난 7월 탈북 모자 사망 사건으로 학생들의 심리적 동요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할 때 존재감 없이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이들은 ‘남한에서도 이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힘들어했다”며 “우리는 탈북민이 이곳에서 왜 힘들어하는지 알고 안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북민들은 평생 나눠서 쓸 에너지를 탈북 과정에 다 써버렸어요. 어떤 분들은 ‘목숨 걸고 왔는데 그 정신으로 무엇이든 못할 게 없다’고 말해요. 힘이 방전된 사람에게 마라톤을 뛰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죠. 현 사회에서 체제 변화 등으로 가장 어려워하는 분들이 탈북민들이 아닐까 싶어요. 이들을 돕는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수준도 올라갈 것입니다.”

2004년 설립된 여명학교는 교육으로 학생들의 상처를 극복하고 통일시대에 이바지하도록 ‘주도적 교육’ ‘독서교육’ ‘인성교육’ ‘봉사교육’ ‘문화교육’ 등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29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중 20%는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두 명이 임용고시에 합격해 교단에 섰고, 신문기자 간호사 등 전문 인재도 배출했다. 지난 평창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아이스하키 선수도 있다.

조 교감은 학생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매일 학생들에게 전심을 다하며 그의 인생을 걸고 있다. 사명 때문이다.

여명학교는 현재 법의 사각지대로 정작 정부의 무상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 교감은 학생들을 키우는 일 외에도 늘 후원 모금을 하며 학교 운영을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게 참 위로가 됩니다. 학생들이 통일의 씨앗이 되고, 겸손한 전문가가 되길 기도합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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