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서로 맞잡아 평화의 다리된 ‘그리팅맨’… 남북 화해 기원

국민일보

팔 서로 맞잡아 평화의 다리된 ‘그리팅맨’… 남북 화해 기원

유영호 작가, 김종영 미술관서 ‘오늘의 작가상’ 수상 기념전

입력 2019-10-07 20:34
유영호 작가는 김종영미술관에서 갖고 있는 오늘의 작가상 수상 기념 개인전에서 시그니처 작품인 ‘그리팅맨’을 토대로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는 신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각각 ‘평화의 다리’(위쪽)와 ‘연천 옥녀봉-장풍 고잔상리 그리팅맨’ 전시 전경. 김종영미술관 제공

서울 도심을 지나다 보면 빌딩 앞에 15도 각도로 머리 숙여 깍듯이 인사하는 벌거벗은 하늘색 남성상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 조형물 ‘그리팅맨’, 즉 인사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유영호(55) 작가가 김종영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1세대 추상 조각가 김종영을 기리고자 미술관이 주는 ‘오늘의 작가상’ 수상 기념전이다.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 광장에 세운 일명 ‘미러 맨’이라고 불리는 작품 ‘월드 미러’가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났다.

신작에는 ‘그리팅맨’을 바탕으로 남북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평화의 길’은 대지에 굳건히 다리를 묻은 두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팔을 둥글게 맞잡았다. 그 팔을 다리 삼아 사람들이 걷고 있다. ‘인간의 다리’라는 작품도 한 남자가 팔을 길게 늘여뜨려 갈라진 이쪽과 저쪽을 잇는 다리를 만들어주고 있다.

작가는 “언젠가 임진강에 저 다리를 놓고 싶다”며 “현대미술이 난해하다지만, 제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누가 봐도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는구나, 평화를 위해서는 자기 어깨를 내주는 저런 마음가짐이 필요하구나,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뒤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유학했다. 요셉 보이스, 백남준 등이 교수로 재직했던 플럭서스 운동의 요람으로 유명한 학교다. 그런 영향으로 그도 처음에는 개념미술 작품을 하고자 했다. 그랬던 그가 누구나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하게 된 것에는 계기가 있다.

유학 시절인 1999년 그룹전을 할 때였다. 그는 전시장을 찾아준 손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자신이 큰절을 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설치작품들과 함께 선보였다. 당시 전시장을 찾은 유명 조각가 행크 피쉬가 “인사는 모든 관계가 시작되는 첫걸음”이라며 작품을 극찬했다.

그 사건이 계기가 돼 그리팅맨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2003년 작은 모형이 처음 탄생했고, 현재와 비슷한 3.5m 높이 그리팅맨은 2007년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첫선을 보였다.

그는 “인간은 태어날 때 옷을 입지 않는다. 또 옷이 있으면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누드”라고 설명했다. 또 “여러 각도의 인사를 고민했다. 너무 숙이면 비굴해 보일 수 있다. 15도는 충분히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도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각도”라고 했다.

전시 제목은 ‘요기’이다. 북쪽의 황해남도 장풍군 고잔상리 마량산을 의미한다. 그는 2016년 4월 경기도 연천군 옥녀봉에 그리팅맨을 세운 바 있다. 당시는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으로 남북 관계가 험악할 때였다. 이런 시국에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휴전선을 경계로 마주한 남쪽 옥녀봉과 북쪽의 마량산에 그리팅맨을 각각 세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북쪽에 그리팅맨을 세울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그의 목소리가 진지했다. 11월 3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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