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가을을 걷다

국민일보

[앵글속 세상] 가을을 걷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

입력 2019-10-09 04:05
지난달 29일 대전 계족산 황톳길을 찾은 한 여행객이 맨발로 황토의 감촉을 느끼며 걷고 있다. 황톳길은 총 길이 14.5㎞로 조성돼 있다.

“찌르르르~ 찌르르르~.” 아침저녁으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계절, 가을이다. 여름내 습하고 무거운 공기가 머무르던 숲에도 상쾌한 공기가 가득하다. 이 가을, 숲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지난달 29일 대전 계족산 장동산림욕장 황톳길 입구 산림욕장으로 들어서는 2차선 도로는 등산객들의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등산객들은 무거운 등산화를 벗고 발을 ‘해방’시켜주고 있었다. 찰진 황토가 맨발에 닿자 차가운 기운이 올라온다. 촉촉한 밀가루 반죽 같은 황토가 발바닥을 감싸고 발가락을 꼬물꼬물 간지럽힌다. 잠깐 틈을 내어 뒤돌아보니 수백 수천 개의 발자국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난 8일 계족산 황톳길을 찾은 등산객들이 신발을 양손에 든 채 맨발로 황토의 감촉을 느끼며 걷고 있다.

계족산은 424m 높이의 아담한 산으로 대전시 북동쪽에 자리한다. 이곳에 산허리를 휘감은 황톳길이 있다. 총 길이 14.5㎞, 장동산림욕장 입구를 출발해 임도삼거리, 절고개 등 산허리를 빙 돌아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다. 완주하려면 너덧 시간 족히 걸린다. 완주가 부담스럽다면 장동산림욕장 초입부터 계족산성까지 1시간30분 정도만 걸어도 좋다. 황톳길 중간 중간에는 발 씻는 곳이 있어서 발바닥에 묻은 황토를 씻어내고 신발을 신고 숲으로 난 다른 길을 걸어도 된다.

황톳길을 걷기 위해 2시간 넘게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는 이정민(30)씨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황톳길은 맨발로 찰흙놀이를 하는 듯한 감촉을 준다”며 “가을에 걷기 아주 좋은 코스다. 친구들에게 꼭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톳길 중간에는 숲속 음악회도 열린다. 맥키스오페라단의 ‘뻔뻔(fun fun)한 클래식’은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주말마다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오페라 단원이 대중가요부터 오페라까지 유쾌한 공연을 무료로 펼친다.

지난달 29일 계족산 황톳길을 찾은 등산객들이 주말마다 열리는 맥키스 오페라단 ‘뻔뻔(fun fun)한 클래식’의 숲속 음악회를 즐기고 있다.

이곳은 충청권 대표 주류 기업인 맥키스컴퍼니 조웅래 회장이 조성한 숲길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맨발 산행의 즐거움을 나눠보자는’ 생각에 전국의 질 좋은 황토를 가져와 깔고 물 뿌려 등산객이나 산책을 하는 시민들이 맨발로 걷거나 뛸 수 있도록 폭 2m 황톳길을 조성했다.

이번 가을엔 가족과 함께 계족산 황톳길에서 좋은 추억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손에 손을 잡고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면 건강도 좋아지고 기분전환도 될 것이다.

대전=글·사진 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