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방 늙은이?… “나는 할아버지다!”

국민일보

뒷방 늙은이?… “나는 할아버지다!”

서울 방주교회 ‘아보트 할아버지학교’ 인기몰이

입력 2019-10-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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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트 할아버지학교’ 참석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주교회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주님. 제가 할아버지입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지난 5일 오후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서울 서초구 방배천로 방주교회를 찾았다. 이 교회 6층에서 열리는 ‘아보트 할아버지학교’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강단에 나온 이 학교 도은미(59) 지도목사는 “아보트는 히브리어로 ‘할아버지’라는 뜻입니다. ‘할아버지는 살아있는 산 조상’(출 3:15)이란 슬로건으로 이 사회나 교회 등에서 소위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할아버지를 세우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할아버지다. 산 조상이다’로 시작하는 할아버지학교 주제가를 힘차게 불렀다. “주님. 제가 할아버지입니다”라고 고백하는 할아버지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이들은 4주 동안 할아버지의 의미, 영성, 할아버지와 가정 등을 주제로 강의를 듣고 조별 토론을 벌였다. 또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자녀에게 남기는 유서를 작성했다. 착한 할아버지, 자상한 남편으로 거듭나겠다는 서약을 낭독했다. 예식시간엔 촛불을 켜고 포도 주스를 마시며 묵상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나눴다.

할아버지들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있었다. 강의 도중 간증이 잇따랐다. 술을 마시고 방탕한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겠다는 신앙간증도 있었다. 불행이 찾아오더라도 감사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70대 노신사의 고백은 듣는 이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감사제목이 충만한 가운데 드리는 감사도 있었지만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해요”라는 역설의 감사도 있었다.

수강생 이원찬(84)씨는 “강의를 듣고 하루하루 하나님과 가족, 친구 앞에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주상엽(67)씨는 “손주들에게 사랑이 많은 할아버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진용주(60)씨는 “아직 할아버지가 되기 버겁다. 분명한 것은 예수 안에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겠다”고 했다. 남편을 위해 함께 강의를 듣는다는 유순옥(68)씨는 “남편이 이 강의를 듣고 많이 부드러워졌다. 성경말씀처럼 남편을 돕는 배필로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수강생들은 4주 뒤 다시 만나 기도회를 열고 감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할아버지학교는 도 목사와 황은철(59) 목사 부부가 지난해 2월 개교했다. 할아버지들을 도와야겠다는 의욕으로 시작했다. 살아온 세월과 경험을 살려 어려움에 처한 사회와 교회에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황 목사는 “할아버지가 바로 서야 이 나라와 사회, 교회가 바로 선다”며 “이 학교를 통해 할아버지 개인과 가정은 물론 나라와 열방을 일으키고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밑거름이 되길 축복한다”고 했다. 황 목사는 “내년엔 ‘할아버지·할머니 부부학교’ 개교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황 목사 부부는 서울 온누리교회에서 일했다. 1990년대 중반 두란노어린이연구원과 아버지학교를 창설, 2년여 이끌었다. 이후 브라질로 떠나 20여년 남미선교 활동을 했다. 매년 한두 차례 방한해 아버지학교를 포함, 가정사역 집회를 인도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방주교회 반태효 목사는 “100세 시대를 맞아 할아버지들이 더 많이 활동해야 한다. 할아버지 학교가 인기다. 몇 번 더 이 학교를 개설하겠다”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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