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인파가 자리를 뜰 무렵, 하나님 임재 모든 회중에게 덮쳐

국민일보

기도 인파가 자리를 뜰 무렵, 하나님 임재 모든 회중에게 덮쳐

최상일 목사의 ‘민족의 예배를 회복하라’ <4>

입력 2019-10-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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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독청년연합회 스태프들이 2012년 11월 서울 KBS88체육관에서 ‘2012 홀리위크’ 집회를 끝낸 뒤 기도하고 있다.

하나님의 기적적인 채워주심으로 서울 KBS88체육관 대관 문제가 해결됐다. 2012년 11월 ‘2012 홀리위크’의 시작 전날이 됐다. 예행연습을 위해 스태프 전원이 체육관에 모였다. 우리는 재정적 이유로 일주일 집회 기간에 전일이 아닌 매일 저녁 시간만 대관했다. 무대 음향 조명 프로젝터 초대형현수막 악기 등 집회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매일 설치하고 철거해야 했는데 바로 그 예행연습이었다.

최근에는 무대와 음향 설치 등을 업체에 외주로 주고 있지만, 호주머니를 털어 홀리위크를 진행하던 당시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여기저기서 빌려 온 음향장비 등을 손수 설치해야 했다. 매일 우리가 무대 준비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은 대략 오후 5시 정도였고 집회는 7시에 시작됐다. 두어 시간 되는 짧은 시간 안에 큰 규모의 일들을 끝내야 했다. 예행연습을 해 보니 턱도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두 배, 세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엄청난 걱정과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이제 내일이면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석할 텐데 예정된 시간에 시작하지 못하고 준비하느라 분주한 상황이 된다면 이 무슨 창피이고 낭패인가. 집에 돌아와서도 어찌나 걱정되던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튿날 단 1분의 수면도 취하지 못한 피곤한 몸을 이끌고 홀리위크의 첫날 집회를 위해 체육관에 나갔다. 일찍 온 30여명의 청년들이 체육관의 오후 체육프로그램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동안 우리는 각자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고 기도했다. 드디어 오후 5시, 상륙작전을 하는 특수부대원들처럼 청년들이 쏟아져 들어갔다. 순식간에 대형무대가 만들어지고 음향장비들이 설치됐다. 어떤 청년들은 아찔하게 높은 천장 발판을 뛰어다니며 대형현수막을 사방에 설치했고 다른 청년들은 줄을 맞춰 의자를 깔았다. 찬양팀은 분주하게 악기를 설치했다.

저녁 7시. 기적처럼 모든 준비가 끝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첫날 집회는 은혜롭게 잘 진행됐다.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다. 집회를 마친 후 그렇게 힘들게 설치한 모든 무대와 장비들을 다시 철거했다. 체육관의 다른 프로그램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잘 치워 놓았다가 이튿날 다시 특수부대원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설치해야 했다. 짧은 글로 담기에는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나를 더욱 감격하게 한 것은 청년들이었다. 그 힘든 일을 감내하면서도 넋두리하거나 불평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얼굴에 열정과 기쁨이 넘쳤다. 육신은 지쳐있었지만, 하나님 나라를 갈망하는 마음이 이 모든 것들을 덮어버렸다.

한 가지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면 그 큰 체육관을 빌렸는데 그곳을 채울 만큼의 기도자들이 모이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조직 동원이 아닌 이상,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주일간 매일 자발적으로 모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마지막 집회 날이었다. 마지막 날인 데다 전에도 집회에서 큰 은혜를 끼친 존경하는 강사 목사님이 오시는 날이라 더 큰 은혜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참석자들의 숫자가 적었다. 집회 내내 채워지지 않는 좌석들을 보면서 속으로 ‘하나님, 사람들이 왜 이렇게 안 모이죠. 왜 이렇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지 않죠’라며 원망스러운 기도를 했다.

항상 은혜로운 집회를 인도하신 강사 목사님이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집회 분위기는 예상치 못하게 답답했다. 축도로 끝났다. 워낙 고생을 많이 한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라 무슨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는데 허무하게 끝났다.

회중들이 자리를 뜨는 동안 환송하며 마지막 찬양을 인도했다. 그런데 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미 회중의 절반 가까이 체육관을 벗어난 시점에, 갑자기 강력한 하나님의 임재가 내게 임하는 것을 느꼈다. 나도 모르게 여전히 남아서 함께 찬양하던 회중들에게 “우리 한 번만 더 기도하자”고 권했다. 그리고 계획에 없던 기도가 시작됐는데 남아 있던 모든 회중들에도 같이 임재가 덮쳤다.

회개의 눈물인지 감격의 눈물인지 여기저기서 눈물의 기도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임재가 너무 강해 사람들이 체육관 바닥에 쓰러지기도 했다. 기도 소리는 더욱 크고 깊어졌다. 존 웨슬리 목사님이 설교하실 때 회중들이 떼굴떼굴 구르기도 했다는데 교회사 시간에나 배웠을 그런 부흥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다.

기도 시간을 정리할 무렵, 여전히 엎드러져서 한없이 흐느끼는 한 자매가 눈에 들어왔다. 현재 프린스턴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이선용 전도사로 초창기 서울기독청년연합회(서기청) 사역에 있어 내게 큰 힘이 된 제자였다. 기도를 마치고 내게 오더니 울면서 이야기했다. 본인도 기도 중에 왜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지 원망했는데 하나님의 음성이 이렇게 들리더라는 것이다. ‘나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너희들이 끝까지 충성해 줘서 내가 기뻤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를 통해 이 이야기를 듣는 스태프도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 그동안 우리가 헌신한 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셨구나! 그 사실만으로 힘들었던 모든 것들이 다 녹아버렸다. 이때의 경험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감격으로 남아있다.

최상일 목사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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