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이 된 에어프라이어… 죽은 치킨도 살리네

국민일보

생필품이 된 에어프라이어… 죽은 치킨도 살리네

주방 풍경 바꾼 에어프라이어

입력 2019-10-10 20:26
에어프라이어가 우리나라에 보급된 지 8년 만에 생필품 반열에 오르며 주방 풍경을 바꿔가고 있다. 식품업계는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가전업계는 에어프라이어 종류를 다양화하고 있다. 사진은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최근 출시한 ‘보이는 에어프라이어’. 이마트 제공

죽은 치킨도 살리는 마법의 도구, 튀긴 음식을 좋아하지만 칼로리 걱정 때문에 망설여지는 이들을 위한 해결책, 바삭한 식감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탁월한 선택지. 에어프라이어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필립스가 개발한 에어프라이어는 2011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당시만 해도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튀김기’로 알려지면서 그저 신기한 가전제품쯤으로 여겨졌다. 낯설고 쓰임새도 분명치 않은데다 가격도 30만원대로 비싼 편이라 진입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8년 만에 에어프라이어는 생필품 반열에 진입했다. 10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프라이어 판매량은 28만7000대로 2017년 대비 285% 늘었다. 2023년까지 약 1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CJ제일제당이 시장조사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와 함께 지난 7월 서울 부산 광주 대전의 36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은 56.2%에 이르렀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4대 도시의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은 38.2%였는데 9개월 만에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이 1.5배나 늘었다.

에어프라이어 보급이 최근 급격히 증가한 데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가성비 높은 자체 브랜드(PB) 제품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PB 제품들이 가격을 10만원대 이하로 낮추면서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에어프라이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길게 줄을 서서 사고 금세 품절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용량도 2.5ℓ부터 10ℓ이상까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확장도 에어프라이어가 주방 가전 필수품으로 떠오르는데 한 몫 거들었다. 에어프라이어로 간편하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제품들이 많아지면서 에어프라이어에 대한 수요도 증가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에어프라이어용 제품군으로 구성된 냉동튀김 매출(1~8월)은 전년 동기 대비 23.6% 늘었다. 에어프라이어와 HMR의 만남이 각각의 시장을 성장시키는 시너지로 작용한 것이다.

HMR 시장의 성장은 에어프라이어 보급을 부추겼고, 에어프라이어 보유 가구가 늘면서 관련 HMR 제품도 많아졌다. 식품업계는 에어프라이어 전용 HMR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 수를 늘리고 있다.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은 신세계푸드가 지난해 11월 처음 내놨다. 에어프라이어 전용 HMR 제품인 ‘올반 슈퍼크런치 치킨텐더’는 누적판매량 10만개를 넘어섰다. 신세계푸드는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 브랜드인 ‘올반 에어쿡’도 론칭했다.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들. 동원 F&B·신세계푸드·CJ제일제당·아워홈 제공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도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들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초 ‘고메 치킨’과 ‘고메 핫도그’ 등을 에어프라이어 조리에 최적화한 제품으로 재단장했다.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 라인인 고메 프라잉 스낵은 올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동원 F&B, 풀무원, 아워홈, 이마트 피코크, 롯데마트 PB 등 주요 식품업체들마다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들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제품만 많아진 게 아니다. 에어프라이어로 조리한 식품의 맛도 향상되고 있다. 식품업계는 에어프라이어 조리가 기름에 튀기는 것보다 맛을 떨어뜨린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심하고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에어프라이어는 100~200도의 뜨거운 공기로 바람을 일으켜 재료를 익히는 조리도구다. 강한 열풍이 수분을 날려서 바삭한 식감을 내지만 퍽퍽해지는 게 단점이다. 기름을 넣지 않고도 튀김의 맛을 내지만 기름을 이용한 것보다는 맛이 떨어진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미 한 번 기름에 튀겼던 ‘식은 치킨’은 갓 튀긴 것처럼 맛을 살려낼 수 있지만 기름을 바르지 않은 만두는 퍼석하게 만들어버리는 식이다.

CJ제일제당은 대표 제품인 ‘비비고 왕교자’를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해도 맛을 살리기 위해 ‘프리 프라잉’(Pre-Frying) 공법을 적용했다. 고온에서 바삭하게 튀긴 후 급속냉동해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해도 군만두의 맛을 내게 됐다.

풀무원과 신세계푸드는 만두피를 얇게 바꿨다. 기존 냉동만두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렸을 때 피가 너무 딱딱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판 냉동만두의 피 두께는 보통 1.5㎜ 정돈데 풀무원과 신세계푸드는 0.7㎜로 얇은 만두피를 구현하자 에어프라이어에서도 맛있는 조리가 가능해졌다. 이마트는 에어프라이어 조리에 최적화된 30㎜의 두꺼운 삼겹살과 목심을 내놨다. 이마트 피코크 ‘잭슨피자’는 에어프라이어의 긴 조리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피자 크기를 줄였다. 피자 표면에 바르는 올리브유를 기존 제품보다 2배로 늘렸다. 4~5분 정도면 에어프라이어로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했을 때 감소되는 식감을 보완하고 전자레인지보다 길게 들어가는 조리 시간을 단축하는 게 식품업계에 던져진 과제”라며 “식재료의 배합이나 공법을 연구해 더 맛있는 조리를 가능하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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