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금단의 땅’에서 보는 때묻지 않은 비경

국민일보

빗장 풀린 ‘금단의 땅’에서 보는 때묻지 않은 비경

‘대통령 휴가지’ 경남 거제 저도

입력 2019-10-09 19:51
이른 아침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 상유마을 뒷산에서 내려다본 저도와 거가대교. 다리 3주탑에 비친 색색의 경관조명이 바다에 반영돼 황홀한 경치를 빚어내고 있다. 저도 뒤편 2주탑 다리가 중죽도와 대죽도로 이어진다.

지난달 17일 대통령의 휴가지 ‘저도(猪島)’가 일반에 공개됐다. 경남 거제시 장목면 유호리에 속하는 저도는 대통령의 휴가지로 지정되면서 ‘금단의 땅’이었다.

저도는 과거 40여 가구가 살다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 일본군 통신소와 탄약고로 이용되면서 주민 대부분이 쫓겨났다. 6·25전쟁 때는 연합군의 탄약고로 사용됐다.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여름 휴양지가 되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 대통령 바다 별장 ‘청해대’(靑海臺)로 공식 지정됐다. 1975년 경남 진해시로 편입됐으며,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대통령 공관을 폐지하면서 거제시로 행정구역을 환원됐지만 이후로도 여전히 국방부 소유지로 남았다.

저도의 면적은 43만4181㎡, 해안선 길이는 3150m다. 섬의 이름은 마치 모양이 돼지(猪)가 누워 있는 모양이어서 붙었다고 한다. 원래는 학(鶴)섬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전설이 서려 있다. 옛날 이 바다에서 구렁이가 개구리를 잡아먹으려고 뒤를 쫓았다. 개구리는 사력을 다해 도망쳤으나 이 섬 근처에서 집힐 위기에 처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학섬이 뱀의 천적인 돼지처럼 변신해 개구리를 구했다고 한다.

저도 배편은 궁농항에서 출발한다. 유람선 운항항로는 2시간 30분 코스.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 앞 해상과 거가대교 3주탑을 지나 저도에 이어진다. 궁농항에서 약 4㎞ 떨어진 저도는 10노트(시속 약 19㎞) 속도로 15분가량 걸린다. 배가 출발해 거제대교에 가까워 지면 저도 유람선 김재도 대표가 마이크를 잡는다. 시의원까지 지낸 김 대표는 저도 방문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차분하면서도 구수한 입담으로 주변 풍광을 설명한다.

연리지 정원을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고 있는 탐방객.

선착장에 도착하면 안내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해군장병들의 숙소로 활용되는 3관(해군 콘도)에서 제2전망대→2분기점→해송(곰솔)→둘레길→연리지 정원(골프장)→위락부두→모래해변을 돌아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소요시간은 약 90분.

선착장 왼편으로 군인이 숙소로 사용하는 해군 콘도가 눈에 들어온다. 탐방로는 ‘이순신길’로 이름을 붙였다. 이곳까지 평지인 산책길은 제2전망대까지 경사가 심한 나무계단으로 변한다. 이어 황톳길이 나온다.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오르막 산책로에는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다. 푹신한 양탄자를 깐 듯 부드럽다.

제2전망대에 오르면 포토존을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웅장한 거가대교와 어우러진 남해의 섬이 절경을 이룬다. 멀리 부산 신항, 창원 진해 앞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탐방객들이 기념촬영을 위해 장사진을 이룬다. 바로 뒤에 일본군이 주둔할 때 만들어진 포진지가 있다.

아직 탐방객들이 갈 수 없지만 제1전망대에는 벽돌로 쌓아 만든 탄약고가, 제1전망대와 제2전망대 사이에는 일본군 막사 건물과 우물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제1전망대에선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처음 승리한 옥포해전의 현장을 조망할 수 있다.

이어 평평한 산책로에는 아름드리 해송들이 울창하다. 예부터 해송과 동백이 무성했던 곳으로 유명한 저도의 명성 그대로다. 섬 곳곳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동백 후박나무 등이 원시림처럼 빼곡히 섬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름드리 굴피나무와 분재로나 보았던 소사나무는 그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는 400년 가까운 해송. 저도에 자생하는 소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안내문에는 1637년생으로 높이 30m, 둘레 3.5m라 적혀 있다. 어른 두 사람이 팔을 벌려 안아도 모자랄 정도다. 탐방객 기념 촬영지다.

거대한 저도 곰솔을 양팔 벌려 안아 보는 어린이.

해송을 지나면 푸른 잔디가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9홀 미니 골프장으로 이뤄진 ‘연리지 정원’이다. 잘 정돈된 잔디와 중간 중간 심어진 나무들이 눈에 띈다. 서로 다른 뿌리에서 올라온 연리지(連理枝) 나무가 이채롭다. 침엽수인 곰솔과 활엽수인 말채나무가 10여m 높이에서 가지가 서로 붙어 자란다.

초록 정원을 벗어나 200여m의 모래 해변으로 들어선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저도의 추억’이란 글씨를 썼던 바로 그 백사장이다. 이제 탐방객들이 모래 위에 자신만의 추억을 새긴다. 해변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모래를 쏟아부어 인공적으로 조성한 것이다. 모래는 대부분 임진왜란 때 칠천량 해전으로 유명한 칠천도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모래 해변에서는 거가대교 3주탑 사장교와 바다 건너 거제 본섬이 앞마당처럼 가깝다. 뒤쪽으로는 대통령 경호원 숙소가 보인다. 그 뒤편에 별장이 있다고 하는데,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별장과 군사시설은 탐방에서 제외돼 있어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탐방로를 걷는 데는 1시간 30여분 걸린다.

저도 탐방을 마친 관광객들은 타고 온 유람선에 다시 몸을 실었다. 나올 때는 거가대교 2주탑과 중죽도와 대죽도 옆을 경유해 궁농항으로 돌아온다. 중죽도와 대죽도는 부산 땅이다. 저도의 남단부는 기암괴석과 가파른 해식 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이 주변 바다는 거제를 대표하는 대구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하다. 파도가 잔잔한 날에는 일대 해역에서 ‘스마일 돌고래’로 불리는 상괭이 떼를 자주 만날 수도 있다고 한다.


여행메모

주 5일 하루 두 차례… 이틀 전 신청해야
유호리 일출 ·유호전망대 야경 ‘환상’


시범 개방된 저도는 2020년 9월 16일까지 1년간 월·목요일을 제외한 주 5일 들어갈 수 있다. 방문 인원은 1일 최대 600명. 오전 10시20분과 오후 2시20분 하루 두 차례 출항한다. 유람선 이용료는 인터넷 예매 기준 성인 1명당 1만8000원, 거제시민은 3000원 할인된 1만5000원이다.

저도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최소 이틀 전 저도를 운항하는 유람선사인 ㈜거제저도유람선에 전화하거나 방문 또는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된다. 저도가 군사보호시설인 탓에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제출하고 신원조회를 통과해야 한다. 저도 산책로는 쉬운 구간이 대부분이지만 다소 가파른 오르막도 있어 편한 신발과 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 천성동과 거제시 장목면을 연결하는 거가대교는 일출 및 야경 명소다. 유호리 하유마을이 해맞이 대표장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유마을 뒷산에 올라가면 거가대교와 저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경관조명과 차량의 불빛이 어어루지는 환상적인 야경은 유호전망대에서 보면 된다.

인근에 지난해 오픈한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가 자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로부터 ‘2019 추천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곳이다. 이를 기념해 10월 한 달 간 그룹 프로그램 3인 이상 참가 시 1인 무료 혜택 등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저도와 아름다운 거가대교를 선상에서 즐길 수 있는 퍼블릭 세일링(Public Sailing)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저도(거제)=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