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사] 장애자녀에 지레 절망한 ‘살해 후 자살’ 부모들

국민일보

[이슈&탐사] 장애자녀에 지레 절망한 ‘살해 후 자살’ 부모들

입력 2019-10-10 18:41 수정 2019-10-10 19:05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서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삶을 미리 비관하거나, 양육 부담을 염려해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자녀를 제대로 키워보기도 전에 자책감이나 절망감에 빠져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경우다.

A씨는 태어난 지 4개월 된 딸과 함께 침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안 결과 A씨의 사인은 약물 과다 투여였고, 딸은 질식이었다. 미숙아로 태어났던 딸이 혈관확장 수술을 받으면서 손가락 4개를 절단했는데, 그는 평소 딸의 이 같은 상황을 비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2살 된 아들이 경기 증세를 보여 응급실에 입원하자 B씨는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아이는 출산 과정에서 머리에 피가 고여 치료를 받았다. 출산 직후에는 발열을 동반한 경련 증세를 자주 보였다. 이 모든 게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고, 또 아이가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살아갈 날들을 걱정하던 터였다. 아이가 또 다시 경련 증세를 보이자 결국 자살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몸이 불편한 아이를 남편이 혼자 키우기도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를 먼저 죽일 계획까지 세웠다. 아이가 희귀병 판정을 받자 태어난 지 한 달이 된 아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장애를 가진 자녀가 제대로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부모가 예단하고 그런 고통을 덜어주는 게 부모로서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부모들이 이러한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실제로 우리 사회가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에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살해 후 자살 사례 중엔 간병이 원인이 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C씨의 아들은 3살 때 자폐 판정을 받았다. 폭력적인 성향이 강해지면서 고등학교는 자퇴했다. 증세가 악화돼 10곳이 넘는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아들은 가는 곳마다 소란을 피워 주변 환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고 병원으로부터 입원을 거부당하기도 일쑤였다. 아들의 난동이 다시 시작되자 C씨는 더 이상 받아줄 병원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들과 함께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진정제를 먹고 잠들어 있는 아들의 목을 졸랐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C씨는 1심에서 징역 3년형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때 법원은 “사건의 비극적 결과가 오롯이 피고인에게 그 모든 책임을 전가할 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라는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립하기가 매우 곤란한 장애인이 필요한 보호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알맞은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 C씨가 (국가로부터) 충분한 보호나 지원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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