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간 관세법인 재취업 심사 ‘0’… 치외법권 ‘관세 카르텔’

국민일보

[단독] 4년간 관세법인 재취업 심사 ‘0’… 치외법권 ‘관세 카르텔’

엄격한 심사 법무·세무법인과 달라… 법무법인 낀 ‘새끼법인’ 형태가 허점

입력 2019-10-10 20:10

제도의 허점이 ‘관세 카르텔’을 방조하고 있다. 관세청에서 퇴직하고 관세법인에 재취업한 ‘전직 관료’(전관)를 연결고리로 하는 관세 카르텔을 통제하는 장치가 전무하다.

최근 4년여간 관세법인에 재취업한 전관 가운데 재취업 심사를 받은 이는 한 명도 없다. 검사나 국세청 출신이 업무 관련성이 있는 법무·세무법인에 재취업할 때 엄격한 심사를 거치는 것과 대비된다. 관세법인만 심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이렇다보니 관세청의 공무상 기밀 사항이 외부에 실시간 유출되는 일이 발생한다. 관세청을 수시로 드나들던 전관은 특정 수사 정보를 입수해 영업에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 내부적으로 마련해 놓은 ‘전관 출입 제한’이라는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국민일보가 10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재취업 심사를 받은 관세청 퇴직자는 125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한국면세점협회 등 협회 관련 심사를 받은 퇴직자가 6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민간 기업이 60명이었다.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재취업하겠다며 심사를 받은 이도 1명 있었다. 하지만 관세청 소관 업무를 다루는 관세법인으로 옮겨가는 퇴직자 중 재취업 심사를 받은 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법인은 관세 관련 업무를 대행하는 민간업체다. 관세청과 밀접한 업무를 하지만 현행 재취업 심사 기준에 따르면 심사받을 필요가 없다. 공직자윤리법 17조는 협회와 법무법인, 회계법인, 세무법인,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는 재취업 심사를 반드시 받도록 규정한다. 일반 기업도 자본금 10억원 이상, 연간 거래액 100억원 이상이라면 심사 대상이다. 관세법인은 심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외형을 줄여 ‘일반 기업 심사 기준’을 회피하기도 한다. 대형 법무법인 등은 ‘새끼 법인’ 형태로 계열 관세법인을 만들고, 계약은 법무법인에서 수주하는 식으로 외형을 축소시킨다. 관세청 출신 전관을 손쉽게 영입할 수 있도록 ‘꼼수’를 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허점이 기밀 누출을 방조한다는 점이다. 최근 관세청이 진행한 비공개 수사가 대표적이다. 관세청은 지난 7월 연막탄 수출과 관련된 업체 4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4곳 가운데 하나인 전문무역상사 A사는 7월 17일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오전 A사 대표에게 “조사받으셨다면서요”라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B씨는 자신을 관세청 출신이고, 대형 법무법인 계열의 관세법인 소속이라고 소개하면서 사건 수임을 제안했다. 그는 압수수색 여부는 물론 A사의 수출액 규모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모바일 메신저로 수사 담당자와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불과 하루 만에 수사 정보가 샌 것이다.

관세청은 이를 공무상 기밀누설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B씨는 정보를 입수한 경위에 대해 “(관세청에) 자주 들른다. 관세청 1층 커피숍에서 우연히 들었다”고 답했다. 관세청 내부 규정상 퇴직 2년이 안 된 전관들의 출입은 제한된다. B씨는 2017년 12월 퇴직했다.

추 의원은 “전관 유착을 철저히 조사해 위법과 불공정 요인을 발본색원하는 것이 검사 출신 관세청장의 시급한 과제”라며 “공직자윤리법의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에 관세법인을 추가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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