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심우장을 다녀오며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문화라] 심우장을 다녀오며

입력 2019-10-16 04:07

몇 해 전, 문학 창작을 가르치면서 학생들과 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온 적이 있다. 수업시간에 접한 작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며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고 작품세계를 더 폭넓게 이해하자는 취지였다. 시인의 경우는 만해 한용운의 집인 심우장과 윤동주문학관에 가보기로 했다. 윤동주문학관은 시의 언어를 공간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내부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우물이 전시되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심우장(尋牛莊)은 성북동에 있었다. 서울지하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걸어갔는데 근처에 최순우 옛집, 수연산방, 길상사 등 의미 있는 곳이 많았다.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 시인이 55세 된 해부터 입적하기 전까지 사시던 집의 이름이다. 심우(尋牛)란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즉, 심우장이란 불교의 깨우침을 얻기 위해 공부하는 집, 공부하는 인생을 의미한다. 심우장에 올라가는 길은 좁고 가파른 골목길이었다. 경사진 곳이 많아서 손잡이를 잡고 오를 수 있도록 해놓았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게 되면 이 길을 어떻게 올라갈까 걱정이 되었다. 골목길을 오르다보면 소나무 한 그루가 유난히 푸른 집이 보였다. 집을 지을 때 사람들이 남향으로 집을 지으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총독부 청사를 보게 되니 싫다고 동북 방향으로 지었다고 한다. 소나무 가지가 그늘을 드리워주는 마루에 잠시 앉아 조국 독립을 염원했던 시인의 마음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동주 시인은 1945년 2월에, 한용운 시인은 1944년 6월에 돌아가셔서 두 분 모두 우리나라가 독립되는 날을 지켜보지 못하셨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까웠다.

소박하며 간소한 네 칸의 목조집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옳다는 소신을 가지고 독립을 염원하며 살아온 이들이 있어 지금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이런 장소에 와서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함을 느꼈다. 지금의 우리는 무슨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할까, 고민을 하며 성북동 골목길을 내려오다보니 해질녘의 붉게 지는 노을이 어느새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

문화라 작가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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