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절대 긍정의 문화는 없는가

국민일보

이 땅에 절대 긍정의 문화는 없는가

공감적 비전제시와 전 국민적 감사운동을 제안하며

입력 2019-10-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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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할 만큼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 글로벌 강국이 됐다. 사진은 2013년 9월 열린 K팝 페스티벌에 앞서 터키 일본 등 14개국 70여명의 춤꾼들이 서울광장에서 플래시몹 행사에 참여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최근 에티오피아 짐마라는 도시에 다녀왔다. 국제사랑의봉사단을 설립한 이후 27년째 진행 중인 의료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있다 보면 두 번 놀란다. 첫 번째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평소 잊었던 감사 제목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사는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깊은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119년

“한국에서의 119년은 행복했다.” 언더우드 4세 원한광 박사가 한 말이다. 15년 전쯤일까. 증조할아버지인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연세대에서 국제대학원장을 끝으로 4대에 걸쳐 섬기던 한국을 떠나면서 그는 한 월간지와 인터뷰를 갖고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한국인들은 엄살이 심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33년간 한국에 살았는데 한국인들은 매년 경제가 어렵다고 불평하더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은 파워에 비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했다. 교육시장이 개방되면 한국 대학은 전부 문 닫을 것처럼 얘기하고 WTO 무역체제가 되면 농민은 다 망할 것처럼 우려하곤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새우’가 아니라 ‘고래’이며 세계 유수의 경제 대국인데 자신감이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 세계를 다녀보면 한국처럼 강점이 많은 나라도 드물다.

나는 전후 세대로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 선진화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광복 70년 만에 선진국 진입, 세계 8위의 경제 대국, 세계 7위의 무역 대국,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을 모두 개최한 스포츠 강국, 한류 드라마에서 K-Pop, K-food, KOICA(한국국제협력단)까지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강국, 기대수명 5위의 건강 대국, IQ 순위 1위의 교육 강국, 인터넷 및 SNS 보급률 1위의 ICT 강국, UN사무총장 WHO사무총장 세계은행총재 세계무역센터총재 등을 배출한 글로벌 인재가 많은 나라, 전쟁을 극복하고 분단의 긴장과 위협을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은 정신 강국…. 이것이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성적표이다. 받은 축복을 세어보라. 감사 제목이 너무 많다.

싱크홀 신드롬

그런데 왜 우리의 놀라운 강점들은 빛을 발하지 못하는가. 내면에 깊은 자긍심이 없는 성장일변도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싱크홀 신드롬이랄까. 구멍 뚫린 부실한 땅에 건물을 쌓다 보니 쉽게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물질적 풍요를 감당할 내면의 성품이 부재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없고 그래서 쉽게 패배주의에 빠진다. 그러나 이제라도 우리 자신을 바른 기초 위에 세우며 축복의 열매인 우리의 강점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이제 우리에겐 강점이 빛을 발하게 하는 ‘원동력’이 필요하다.

성경의 하박국서는 회의와 의심으로 가득 찬 책이다. 몇 본문이 말하는 것처럼 ‘어찌하여’가 하박국의 주제이다. 그는 멸망을 앞둔 조국 이스라엘의 만연된 죄악과 총체적 부패를 통탄한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난다. 선지자 하박국은 이스라엘의 멸망을 앞두고 아무런 소망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님께 감사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했다.(합 3:17~18) 궁극적 승리의 비전을 봤기 때문이다.

상황을 반전시킬 공감적 비전

이제 국가 비전의 점검이 절실하다. 일찍이 세종대왕은 조선의 비전을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이라 표현했다. 즉 행복과 평화와 풍요를 통해 정신문화가 꽃피는 사회를 꿈꾸었던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평화가 우리로부터 온 세계로 실현되는 나라, 전 국민이 온 세계로부터 신뢰를 받는 성인이 되는 나라’를 꿈꾸었다.

국민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도덕적으로 깨끗한 나라를 열망한다. 도덕성의 뒷받침이 없는 이념논쟁은 사라져야 한다. 국민은 깨끗한 정치, 고결한 성품을 가진 리더십을 갈망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대통령을 한 적이 없지만 ‘미국을 발명한 사람(inventor)’ ‘미국의 국부(founding Father)’로 추앙받는다. 그는 국민에게 13가지 덕목(성실 근면 절제 겸손 정의 순결…)을 제시했다. 민주주의의 기초가 도덕성에 있음을 알리고자 했다.

지금은 고상하고 매력적인 국가 비전이 절실한 때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부정적 분위기의 늪에 빠져있고 부정에서 부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부요한 나라보다는 깨끗하고 행복한 나라’ ‘좀 못 살아도 아름다운 나라’를 바라는 공감대가 조용히 형성되고 있다.

기독교적 가치의 핵심은 감사이다. 절대 긍정의 문화가 꽃피려면 감사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이 땅을 치유하고 새롭게 변혁하려면 ‘감사 행복 바이러스’가 절실히 필요하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에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합니다’라는 말이 모두 포함돼 있다.

나는 여야가 서로를 격려하고 감사하는 나라, 대통령과 국민이 서로에게 공을 돌리고 감사하는 나라, 노사가 상생하며 서로 감사하는 나라, 교사와 학생이 상호 신뢰하고 감사하는 나라, 공무원과 경찰과 군인들이 인정받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 이 나라가 행복한 나라가 되고 절대 긍정의 문화가 생성되려면 전면적인 감사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이 일에 세상의 빛으로 부름을 받은 크리스천들이 앞장서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황성주(사랑의공동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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