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필요해 맞선 보고 온 후 갑자기 눈물과 찬양이…

국민일보

사모 필요해 맞선 보고 온 후 갑자기 눈물과 찬양이…

안호성 목사의 사자처럼 담대하라 <8>

입력 2019-10-1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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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성 목사가 백지은 사모와 2004년 6월 울산온양순복음교회에서 결혼예배를 드리고 있다. 안 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저, 저 이제 제정신으로 아내한테 잘하면서 살겠습니다. 술 안 먹을게요. 그러니 제발 집에만 보내주세요.” 나도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왔다. 술 취한 사람을 붙잡아 놓고 4시간 동안 설교를 쏟아냈더니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개척교회 목사의 심정을 누가 알까. 그렇게 교회 예배당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지만, 가끔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주일날 길을 잘못 들어 예배 시간을 놓쳐 헤매다가 교회에 들어오는 분들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성도가 단 한 명도 없는 개척교회인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문을 닫고 그냥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를 부어주기 시작했다. 열정적인 설교와 예배는 교회를 찾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하나님께서 한 가정, 한 가정 사람들을 보내주시기 시작했다. 시골 허름한 예배당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전도 프로그램이나 양육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직 설교 준비에 목숨을 걸었고 예배는 모든 사역의 최우선, 중심에 놓았다.

막상 개척하고 나니 사모가 필요했다. 순복음 교단에선 목사 안수를 받으려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했다. 미래의 가능성만 무한한 전도사에게, 그것도 개척한 지 얼마 안 된 전도사에게 흔쾌히 시집을 오겠다는 현숙한 여인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어느 날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측 교회에 다니는 한 집사님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전도사님, 부산에 괜찮은 자매가 있는데 한번 선을 보시겠어요?” “예, 좋습니다. 저는 사모가 꼭 필요합니다.”

나가기 전 이런 기도를 했다. “하나님, 시간 낭비하지 말게 하옵소서. 만약 만나려는 이 여자가 제 배필이라면 그녀가 그냥 이유 없이, 그리고 저의 지금 상황에 상관없이 사랑에 빠져 좋아 죽게 하옵소서.” 시간도 없었고 밀고 당길 여유도 없었다. 오직 나는 사모가 필요했다.

만나보니 신앙 교육을 잘 받아 믿음이 좋고 피아노 반주까지 할 수 있는 현숙한 여인이었다.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며 내 비전과 사역에 대해 나열했다. 첫 만남인데 운명적인 짜릿한 느낌도 없었다. 헤어질 때 특별히 나눈 말도 없었다. 그저 “기도합시다”가 전부였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1주일간 금식을 했다. 금식 후 밤 9시가 넘었을 때였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왜 자꾸 눈물이 나지. 뭐 슬픈 일이 있었나. 왜 이러지.’ 그리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찬양이 터져 나왔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만남을 계획해 놓으셨네 우린 하나 되어 어디든 가리라.…”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신 배필이란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내 확신만으론 부족했다. 정말 하나님께서 뜻이 있으셨다면 그녀에게도 동일한 응답을 주셨을 것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전화를 걸었다. “어머, 전도사님도 그래요? 저도 기도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막 쏟아졌어요.” “네, 저는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만남을 계획해 놓으셨네’ 찬양이 계속 나와요.” “어쩜, 저도 ‘사랑의 주님이 날 사랑하시네’ 찬양이 막 나와요.”

‘됐다.’ 하나님께서 드디어 짝을 만나게 해주셨다. 일사천리로 결혼식을 준비했다. 장인 장모님께는 일생토록 변함없이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전했다. 첫 만남 이후 5주가 지났다. 드디어 2004년 6월 19일 토요일 오후, 내가 개척한 울산온양순복음교회에서 결혼예배를 드렸다. 예복, 예단은 물론 신혼여행도 생략했다.

커플링 하나 맞춰 끼웠고 웨딩사진이라고 사진관에 가서 옷을 빌려 입고 찍은 다음 액자에 걸어 놓은 게 전부였다. 토요일 결혼해서 바로 다음 날 주일 예배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주일 설교 제목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편지입니다.’

주일 예배 후 신혼여행을 겸해 근처 바닷가에 가서 바람을 쐬고 돌아왔다. 그날 5분 거리의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약속했다. “지금은 이렇게 초라하게 시작하지만, 너무 서운해 말아요. 우리가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 먼저 다 드리고 안 하는 겁니다. 나중에 하나님께서 엄청난 축복을 주실 것이니 그때 같이 비행기도 실컷 타고 여행도 많이 다닙시다.”

안호성 목사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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