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종순 (19) 헝가리서 조그련 위원장과 ‘통일의 노래’ 함께 불러

국민일보

[역경의 열매] 박종순 (19) 헝가리서 조그련 위원장과 ‘통일의 노래’ 함께 불러

총회서 첫 만남 후 몇 번 교류하며 북한교회에 옥수수 지원… 뚜렷한 결실로 이어지질 못해 늘 아쉬워

입력 2019-10-2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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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순 목사(왼쪽 세번째)와 강영섭 조그련 위원장(왼쪽 첫번째)이 1997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세계개혁교회연맹 총회에서 손을 잡고 ‘통일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총회장 임기는 1996년 9월부터 1년 동안이었다. 임기 중이던 97년 3월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총회가 열렸다. 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했다.

데브레첸은 헝가리 개혁교회 총회 본부가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헝가리 개혁교회는 500년 역사의 교회다. 전 세계 개혁교회 중에서도 어른이다. 이곳에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강영섭 위원장을 처음 만났다. 강 위원장도 나처럼 북한교회 대표단을 이끌고 총회에 참석했다.

총회 셋째 날 저녁에 ‘남북교회의 밤’ 행사가 마련돼 있었다. 나와 강 위원장은 함께 단에 올랐다. 한국과 북한교회 대표들을 순서대로 소개했다. 강 위원장과 나는 ‘통일의 노래’를 부르기로 사전에 약속했다. 실무진들은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총대들에게 나눠 줬다.

“노래를 함께 부릅시다. 이 노래에는 한반도의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남북교회의 기도 제목입니다.” 전 세계에서 온 교회 대표들에게 합창을 권했다.

남북교회 대표 중에는 벅찬 마음에 울먹이는 이들도 있었다. 세계교회 대표들에게 통일의 당위성을 알린 시간이었다.

강 위원장과 만남은 또 이어졌다. 같은 해 8월 미국 뉴욕에서 남북한 교회와 미국 교회 대표들이 모여 선교와 통일을 위한 포럼을 열었다. 세 나라 교회가 통일의 물꼬를 트자는 취지로 모였지만 분위기는 답답했다. 서로 자기 이야기만 했기 때문이다.

개회예배 설교는 내가 했다. 예배가 끝나자 강 위원장이 웃으며 다가왔다. “박 목사님, 설교 감사합니다. 저희 봉수교회에 오셔서 부흥회 인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닙니다. 우리 교인들이 목사님 설교 듣고 다 따라나설까 걱정됩니다.” 강 위원장이 농담을 했다. 나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당장이라도 북한 방문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북한에 간 일이 없다. 뚜렷한 목적 없이 방북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한번 가보자’는 식의 방북이 못마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위스 제네바에서 남북교회 지도자들이 또 모였다. 이때 대화가 진지하게 이어졌다. 우리도 북한교회에 요구할 것들을 제시했고 북한도 그랬다. 대화 중 남한교회가 도울 일이 생겼다. “이번에 말씀하신 옥수수를 반드시 보내 드리겠습니다” 강 위원장에게 약속했다. 이상하게도 강 위원장의 표정이 반신반의하는 듯했다.

약속을 지켰다. 중국을 통해 북한에 옥수수를 보냈다. 수신자는 조선그리스도교연맹으로 못 박았다. 위상을 높여주려는 조치였다. 옥수수를 담은 포대에는 ‘한국기독교’라고만 썼다. 양국 교회의 신뢰 표현이었다.

훗날 강 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제3국에서 한국교회 관계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대화할 때는 뭐든지 도울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약속을 틀림없이 지킨 박 목사님께 감동 받았습니다.”

목회하면서 약속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나는 목사 아닌가. 신뢰 없는 목사는 목회도 할 수 없다. 목회하면서 늘 다짐했다. 어린 꼬마와 한 약속이라도 반드시 지키자고 말이다. 강 위원장과 쌓은 신뢰가 뚜렷한 결실로 이어지질 못해 늘 아쉽다. 통일은 주님의 시간에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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